예약시기 당기고 총량은 그대로…'조삼모사' 사전청약 효과 있을까

김이현

kyh@kpinews.kr | 2021-08-25 16:22:55

'집값 고점론' 강조한 정부, 분양제도 손질해 사전청약 물량 추가
"의무감 없어 수요층 이탈 가능성…현재 분양가도 터무니 없어"

정부가 2024년까지 총 16만3000가구 규모의 사전청약 물량을 공급한다. 당초 사전청약분 6만여 가구에서 10만 가구를 추가한 것으로, 민영주택까지 사전청약에 포함해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넓혔다. 한 마디로 미래에 공급할 아파트를 최대한 앞당겨 사용해 지금의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급 총량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입주 예약 시기만 앞당기는 만큼 효과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급 메시지가 꾸준하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일정이 불투명해 '희망 고문'만 더 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입주 과정까지 분양가 산정, 주민 반발 우려가 남아있다. 무엇보다 민간 건설사가 얼마나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이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6차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토부 제공]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은 25일 브리핑에서 "향후 주택경기 변동 리스크 및 한계차주의 차입부담 증가를 감안한다면, 높은 가격의 기존 주택 매수는 다소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2024년까지 실시되는 사전청약은 무주택 세대가 저렴한 가격으로 우수 입지에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금은 (부동산 시장이) 너무 과열돼 있다. 자칫하면 영끌로 교란된 시장에 들어오는 젊은 층에 큰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우려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집값 고점론'을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부동산 상승세가 두드러지던 2018년부터 "믿고 기다려달라"고 말해온 정부가 분양 제도까지 손질해 물량을 내놓는 셈이다.

"입주까지 4~5년…기존 전월세 시장 불안감 커질 수도"

전문가들은 공급 메시지를 긍정평가하면서도, 향후 발생할 부작용을 우려했다. 본청약과 달리 사전청약은 별도의 납입금이 없어 수요층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고, 입주까지 4~5년이 걸리기 때문에 기존 전·월세 시장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 입주 시에도 이미 비싼 분양가가 부담이 될 뿐 아니라 과열로 인해 주변 집값까지 오른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주택공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침과 동시에 향후 충분한 공급이 있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시장에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며 "공공사업의 경우 전용면적 타입에 제한이 있지만, 민간으로 확대되면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효과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사전청약은 철저히 저렴한 주택을 위해 안심하고 기다리라는 의미의 제도인데, 지금 청약 분양가만 봐도 터무니없이 비싸다. 이 방식을 유지해온 게 정부"라며 "말로는 서민을 위한 주택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건설사에 물량을 확보해줄 테니 안심하고 버티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집값은 더 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사전청약은 본청약과 달리 별도의 금전납입이 없다. 입주까지 최소 4~5년이 필요한데, 수요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고 기존 전월세 시장을 흔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며 "참여한 민간업체 입장에선 의무감만 커지고 돈은 받는 게 없으니 불합리하다 느낄 수 있다. 계약금이나 일부 수익률 보장 등 인센티브에 대한 보완 방안이 있어야 민간 참여할 요인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물량이 부족한 서울에서 실수요자는 내년 하반기 사전청약 이후에도 2~3년간 임대차 시장에 묶여 있어야 하는데, 이는 전·월세 시장의 불안을 여전히 부추기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UPI뉴스 자료사진]

"태릉·과천 대체지, 개발 지체 가능성에 불안 여전"

이번에 정부가 함께 발표한 태릉, 과천 청사 대체지에 대한 평가도 비슷했다. 정부는 주민 반발이 극심했던 노원구 태릉CC 부지를 저밀 개발하기로 했다. 당초 물량인 1만 가구에서 6800가구로 줄이는 대신 인근지역에서 대체물량을 확보한다. 과천 청사의 경우 계획대로 4300가구를 공급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태릉지구, 과천청사의 대체지 추진은 종전과 같이 지역주민의 반발이나 지자체의 협의에 따라 계획보다 시간이 더 소요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물량으로 보면 기존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지역에서 대체부지를 찾거나 개발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민 의견을 수용했다는 명분은 있는데, 사실상 분산된 공급이다. 특히 대체부지에서 또 주민 반발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불안은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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