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경고에 은행 대출 상품 줄줄이 판매중단…'대출한파' 확대되나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1-08-20 11:17:22
"타행으로 주담대 '풍선 효과' 우려…판매중단 흐름 가속화될 수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급증에 대한 경고에 NH농협은행이 오는 11월까지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키로 하는 등 은행들이 잇따라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오는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전세대출, 집단대출, 비대면 담보대출 등도 취급하지 않는다.
하나은행은 다음달부터 문화사랑대출과 청년창업대출의 판매를 멈춘다. 지난달에는 주거래손님대출의 취급을 5개월 만에 종료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오는 30일부터 △신한동행중소 기업대출 △신한비외감법인 성장지원대출 △신한 두드림 자동차·조선 상생대출 △수요자금융 △외상매출채권대출 △성과공유형 사모전환사채인수 △외국환평형기금 외화대출 △한은 위안화 수입자금대출 △한은 통화스왑 외화대출 등의 신규 판매를 중단한다.
은행들의 대출 상품 판매 중단은 올해 집값 폭등과 공모주 인기 등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올해 7월말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3082억 원으로 지난해말(670조1539억 원) 대비 3.75% 늘었다. 연간으로 환산할 경우 6.43%에 달해 금융당국이 설정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5%)를 넘어선다.
특히 7월에만 6조2009억 원이 급증하는 가계대출 증가추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는게 문제다. 지난 4월(6조8000억 원)을 제외하면 올해 들어 가장 큰 월간 증가폭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최우선 과제는 가계부채 관리"라면서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을 만나 약정을 위반한 주택담보대출을 예외 없이 회수하고, 신용대출 한도도 '연 소득 이내'로 줄이라고 요구했다.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큰 은행에 대한 현장검사까지 예고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엄격한 태도에 맞춰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금리를 인상하는 한편, 여러 종류의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특히 농협은행이 파격적인 조치를 취한 것은 올해 상반기에 이미 가계대출 증가율 5%를 넘겨버리는 등 증가세가 너무 빨라 금융당국으로부터 강한 경고를 받은 때문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과거 집단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했었는데, 상반기에 대출 실행액이 몰리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했다"며 "이미 판 집단대출은 계속 실행하되 신규 취급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매우 거세기 때문에 앞으로 판매가 중단되는 상품이 계속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아직 대출 상품 판매 중단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폭탄'이 남아 있어 이들도 판매 중단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취급 중단에 따라 타행으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당히 우려가 큰 사안"이라며 "내부적으로 파장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이 갑자기 급증할 경우 다른 은행들도 전부 혹은 일부의 주택담보대출을 취급 중단해 '대출 한파'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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