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료 개편에 '투쟁' 한다지만…시장선 이미 '반값 복비' 등장
김이현
kyh@kpinews.kr | 2021-08-17 15:47:04
중개시장 디지털·플랫폼화 속도…프롭테크 업체와 법정 공방도
"경쟁자 없던 중개업계 변화 계기…갈등 해소 위한 중재안 필요"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정부는 TF를 꾸려 공인중개사협회와 7차례에 걸친 회의를 진행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협회는 무기한 투쟁에 돌입한 가운데, '반값 복비'를 내건 중개 플랫폼과의 법정 공방까지 맞물리면서 입장이 난처해진 상황이다.
공인중개사협회는 17일 박용현 회장의 단식투쟁을 시작으로 청와대, 국회, 국토교통부 등 전국 각지에서 시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방역수칙 등을 고려해 1인 릴레이 시위로 진행된다. 이날 국토연구원 주최로 열리는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발전방안' 공청회엔 참석하지만, 개편안에는 요구사항이 담기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정부가 마련한 개편안은 세 가지다. 이 가운데 고가주택 기준을 9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상향하고, 최고요율을 0.9%에서 0.7%로 낮추는 안이 유력하다. 2억~9억 원 미만은 0.4%, 9억~12억 원 미만은 0.5%, 12억~15억 원 미만은 0.6%, 15억 원 이상은 0.7% 이내에서 협의하는 식이다. 9억 원짜리 아파트를 거래할 경우 중개수수료는 기존 810만 원에서 450만 원으로 절반 가까이 낮아진다.
9억 이하 요율 조정서 '이견'…"지방 중개사 생존권 위협"
정부와 중개사협회 모두 집값 급등에 따라 수수료가 커졌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동향을 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맷값은 10억2500만 원이다. 중윗값은 가격 순서대로 아파트를 나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값을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10억 원 이상이라는 뜻으로, 2017년 5월 중위 매맷값(6억635만 원)보다 4억 원 뛰었다.
이견이 있긴 부분은 6억~9억 원 미만 구간의 요율 하향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6억~9억 원 구간 요율은 현행 0.5%에서 0.4%로 낮아진다. 매매금액이 6억 원이라면 300만 원→240만 원, 8억 원이라면 400만 원→320만 원으로 중개료가 내려간다. 매매는 6억 원 미만, 전세는 3억 원 미만의 경우 현재와 수수료가 달라지지 않는다.
협회는 "수도권은 10억 원 넘는 주택거래가 많지만, 지방은 그 이하 거래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9억 이하나 6억 원 전후반의 요율은 존치해달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고가기준의 요율만 줄일 경우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면서도 6억 원 미만 주택에 대한 보수는 건들지 않았다. 전국으로 살펴보면 6억 원 이상 주택은 전체 매매 거래의 14.2%고, 나머지 85.8%는 6억 원 미만 거래다.
소비자들 "여전히 비싸"…'반값 복비' 중개업체 확산
소비자들은 중개 수수료의 하향 조정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비싸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서비스는 달라진 게 없는데 수수료는 늘기만 하는지 모르겠다"라거나, "최고요율 0.7%로 낮추더라도 한 건당 수수료만 수백만 원이 넘는데 인하라고 할 수 있나"라는 글이 인기를 얻고 있다. 거래 건당 정해진 보수를 받는 '정액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댓글도 여럿 있었다.
실제 시장에선 '반값 복비'나 '정액제' 중개업체가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법인인 '트러스트 부동산'은 해당 사이트에 등록된 매물에 대해 온라인 중개가 성사된 경우 99만 원, 계약서 작성만 의뢰하면 49만 원의 중개보수를 책정하고 있다. 오프라인 중개 시 3억 원 이상~6억 원 미만 99만 원, 9억 원 이상~12억 원 미만 299만 원 등 주택 금액별로 수수료가 정해져 있다.
다윈중개(법인명 다윈프로퍼티)는 '집 내놓을 때 0원, 집 구할 때 (현행 요율의) 반값' 중개 수수료를 내세워 운영 중이다. 부동산중개 앱 '집토스'는 집주인에게만 수수료를 받고, 세입자에게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직방도 중개서비스 진출을 선언하면서 프롭테크(정보기술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 등 중개시장의 디지털·플랫폼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른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중개사협회는 다윈중개를 공인중개사법 제8조 등 위반으로 고발했고, 집토스, 트러스트 등 다른 스타트업과도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개업 공인중개사가 아니면서 중개 대상물에 대한 표시·광고를 하는 등 이른바 '타다 사태'처럼 유사 영업행위를 한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최근에는 직방의 중개시장 진출 반대 서명 운동에도 나섰다.
국토부는 조만간 부동산 중개 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중개 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프롭테크 산업 육성안, 기존 공인중개사들과의 갈등 방지책 등 다양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갈등이 쉽게 해소되진 않을 전망이다.
"업무영역 다툼 최소화 장치 마련해야"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단순히 중개업계 안이나 소비자 여론·설문조사 등을 바탕으로 한 중개보수는 극과 극을 달릴 수 있다"며 "경영수지분석을 통해 어느 정도면 수수료가 합리적일지 자료와 근거를 가지고 개선안을 마련해야 공인중개사와 소비자를 다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디지털화된 기업들이 사업 진출은 소비자의 입장에선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점 등에 따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변호사, 감정평가사 등 업계도 비슷한 업무 영역 다툼을 하고 있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동안 중개업계는 경쟁자가 없다 보니 서비스 등 측면에서 불만이 있어도 개선하지 못했던 건 사실이다. 이제 변화가 될 만한 계기를 맞이한 것"이라며 "비대면 서비스 기업이 확산하는 건 시대적으로 어느 정도 불가피한 흐름이다. 다만 어떤 것이 옳은지는 중재안이나 법원의 판단 등을 받아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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