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가 후보냐" vs "적반하장"…野 경선주도권 충돌
조채원
ccw@kpinews.kr | 2021-08-06 15:08:44
이준석 "적반하장…모두에게 공정한 틀 만들어야"
김기현 "이준석 패싱 아냐…지금은 후보들의 시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제1야당 수장과 야권 선두 주자 간 이해가 충돌한 탓이다. '이준석 패싱' 논란이 불거진 건 부산물이다.
이 대표는 10명이 넘는 대선 예비주자를 관리해야한다. 경선 흥행을 위해 여러 이벤트도 벌여야한다. 그런 만큼 주자들의 지도부 존중과 행사 개근은 중요하다. 1등 윤 전 총장이 솔선수범하길 이 대표가 바랐을 법하다.
윤 전 총장은 그러나 처음부터 기대에 어긋났다. 지도부 부재 속에 전격 입당했고 당 행사에도 번번이 불참했다. 이 대표를 무시하는 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윤 전 총장은 이 전 대표와 입장이 다르다. 독자 행보를 하는게 효과적이고 편하다는 인식이다.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이 시급해 가급적 당과 거리를 두는 것도 필요하다. 유력 주자를 '원 오브 뎀'으로 취급하려는 이 대표에 대한 반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패싱' 논란에 윤 전 총장 측 불만이 만만치 않은 건 이런 맥락에서다. 윤 전 총장 측은 지난 2일 입당식 겸 상견례 때 되레 '군기 잡기'를 당했다고 반발했다. 또 모든 경선 후보를 집합시키는 형태의 당 주최 행사는 '당 대표만 돋보이려는 자리'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기싸움으로 경선 버스가 출발하지도 않았는데 '원팀' 정신에 파열음이 나는 모습이다.
친윤계 대표격인 정진석 의원은 6일 이 대표를 대놓고 질타했다.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의 주인공은 후보들이지 당 지도부가 아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멸치 고등어 돌고래는 생장 조건이 다르다"며 "당 지도부가 필요 이상으로 대선 후보들을 관리하려다가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시켜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후보들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원하는 것이 당 지도부의 역할"이라고 못박았다.
이 대표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경선 일정을 당기고 후보들이 빨리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려고 했던 사람이 누군데 적반하장 하는지 모르겠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또 "후보중심 선거란 특정 후보를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의 틀을 만드는 것"이라며 "멸치와 돌고래에게 공정하게 대하는 것이 올바른 경선 관리라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군기 잡기' 논란도 해명했다. 이 대표는 다른 글에서 "(입당식 당시) 윤 전 총장을 15분간 밖에서 기다리게 한 것이 무슨 벌을 세운 것인 양 계속 보도되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윤 총장 측에서 장성민 전 의원과 같이 행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불편하다고 알려와 최고위원회의 이후에 참여하도록 오히려 지도부에서 일정을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캠프 관계자가 지도부와 후보 간 갈등을 유도할 경우 정확하게 사실관계들을 공개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도부는 상황 악화에 갈등 수습을 시도했다. 어차피 경선 버스가 출발하면 자연스레 스포트라이트가 대선 주자들에게 옮겨간다. 대선 주자와 지도부가 주도권 싸움을 하는 것으로 비치는 건 흥행 면에서 마이너스라는 판단에서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준석 패싱' 기류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김 원내대표는 윤 전 총장과 이 대표 사이 '기싸움' 형국이라는 평가에 대해 "정치라는 게 외부적으로 표현된 거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인식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후보자들도 좀 유의하시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지 말라는 이 대표 발언과 궤를 같이 한다.
그러나 당 행사 참석과 관련한 논란에서는 윤 전 총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김 원내대표는 "지금은 후보자들의 시간"이라며 "지금부터는 함께 모아 이벤트를 하는 것보다도 후보자들에게 각자가 자신의 프로그램과 체질에 맞춰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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