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는 이재명, 치고올라온 이낙연…호남의 전략적 선택은
김광호
khk@kpinews.kr | 2021-07-27 10:13:32
호남 권리당원 33만여명, 전체 42%…역대 대선 '바로미터'
지지율 호남서 엎치락뒤치락…호남 민심은 여전히 관망세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양강' 이재명·이낙연 후보간 '지역주의'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발단은 이재명 후보의 '백제 발언'이다.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소위 백제, 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예가 한 번도 없다. 현실적으로 이기는 카드가 뭐냐 봤을 때 결국 중요한 건 확장력이다. 전국에서 골고루 득표할 수 있는 후보는 저라는 생각"(22일 중앙일보 인터뷰)이라고 했다.
이 발언이 '호남 불가론'으로 번지며 양측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데, 사실 이 후보의 발언은 대한민국 대선의 오랜 상수인 지역주의의 핵심을 짚은 것이다. 호남 출신 후보가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본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는 근본적 의구심을 겨냥한 발언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역대 대선에서 호남 표심은 비호남 출신이라도 본선 경쟁력을 갖췄다면 전략적으로 선택해왔다.
민주당 예비경선(컷오프)전까지 호남 표심이 호남 출신인 이낙연 후보 대신 영남 출신인 이재명 후보를 더블스코어 차이로 지지한 것도 이같은 전략적 선택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흐름이 예비경선 이후 바뀌었다. 호남 표심이 다시 이낙연 후보쪽으로 가면서 둘의 지지율은 30%대 초중반서 혼전중이다. '바지 발언' 등으로 품격 훼손을 자초한 이재명 후보에 비해 안정감 있게 경선을 치른 이낙연 후보에게로 표심이 다시 움직인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백제까지 들먹이며 이낙연 후보의 확장성을 거론한 것은 이같은 호남 민심의 변화 흐름 때문일 것이다. 그 만큼 민주당 후보에게 호남 표심은 절대적이다. 호남 표심만으로 대통령이 될 수 없지만 호남 표심이 선택해주지 않으면 대권 실현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호남 표심은 대선 흐름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인식된다.
대선 역사가 증명한다. 1963년 10월 5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정희 후보는 윤보선 후보를 불과 15만 6000표, 득표율 1.5%p 차이로 이겼는데 결정적 요인은 호남의 몰표였다. 박 대통령은 전남과 전북에서 57%와 49%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야당으로의 실질적 정권교체가 이뤄진 15대 대선에서도 호남은 선거의 성패를 갈랐다. 광주, 전남, 전북은 새정치국민의회 김대중 후보에게 97%, 94%, 92%의 몰표를 던졌다. 2002년 16대 대선에선 '노풍'(盧風)의 진원지로 떠오르며 광주 95%, 전남 93%, 전북 91%가 노무현 후보에게 힘을 실었고, 노 후보를 16대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19대 대선에서도 호남은 광주 61.14%, 전남 59.87%, 전북 64.84% 지지로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켰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7일 UPI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호남의 표심이 중요한 것은 호남이 민주당 권리당원의 40%가량을 차지하는 것과 더불어 서울과 수도권에도 호남 출신 인구가 상당수여서 향후 수도권의 민심까지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호남의 권리당원은 33만여 명으로 전체 80만여 명의 40%를 넘는다. 광주가 4만6000여 명, 전남 20만여 명, 전북 8만5000여 명이다. 여기에 수도권의 호남 출신 지지세력까지 감안하면 호남의 민심은 절대적이다. 최대 표밭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번 대선에서 호남의 전략적 선택을 받은 후보는 누가 될 것인가. 일단 예비경선 이후 이낙연 후보가 치고 올라오면서 이재명 독주 체제는 힘을 잃었다. 두 후보는 오차범위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중이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여론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전 지역에서 이낙연 후보를 크게 앞섰다.
그렇다고 이낙연 후보가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아직까지 호남 민심은 오리무중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같은 혼전을 두고 호남이 아직 전략적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린다. 김성수 교수는 "최근 상승세인 이낙연 후보에게 호남 민심이 다시 결집할 경우 서울, 수도권까지 함께 움직여 이재명 후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이낙연 후보가 자칫 지역 프레임에 갇힐 경우, 전국적인 지지세와 경쟁력이 도마에 오를 확률이 높아 이재명 후보에게 더 유리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현재 호남의 표심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엄 소장은 "50대 이상은 '호남 후보론' 기류가 강해 호남 출신의 이낙연 후보를 밀 것으로 보이지만, 40대 이하는 민주당의 정권 유지를 위해 여야 선두주자인 이재명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호남의 지지가 나뉘어 현재로선 지지율 선두인 이재명 후보 측이 보다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호남 민심이 어느 한 쪽 후보에게 힘을 몰아주기 보다는 본선의 검증과정을 통해 야권과의 대결에서 가장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판단되는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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