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폄하말라" vs "선넘었다"…국민의힘 '윤석열 내홍'
조채원
ccw@kpinews.kr | 2021-07-23 11:19:51
권성동도 가세…"당대표 최근 발언 우려스럽다"
이준석, 강력 경고…"중심 안 잃으면 선거 이긴다"
홍준표, 李응원 "사적인연으로 공적책무 방기 안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 의원들이 23일 정면충돌했다. 쌓였던 불만이 터진 것이다.
이 대표는 '8월말 경선버스'에 윤 전 총장을 빨리 태워야하는 처지. 윤 전 총장을 거세게 몰아붙일 수밖에 없다. 불편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친윤(親尹)계 중진들이 결국 공개 반발하며 이 대표를 견제했다. 이 대표도 맞대응했다. '0선' 대표와 다선 중진이 맞서는 볼썽사나운 모양새다.
재선 이양수 의원이 지난 22일 현역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윤 전 총장에 대한 공개 지지를 표명하며 '반기'의 신호탄을 쐈다. 앞서 이 대표는 당 밖 주자들에 대한 당내 의원·당원들의 지원을 사실상 불허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대표적 '친윤' 중진 정진석·권성동 의원은 이날 이 대표의 최근 '윤석열 저평가 발언'을 성토했다.
먼저 당내 최다선(5선)인 정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지율 30%의 윤석열 총장을 그저 비빔밥의 당근으로 폄하한다"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그는 "4·7 보궐선거에서 국민의 힘이 승리한 요인은 윤석열"이라며 "윤석열을 우리 당이 보호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우리를 위해 싸워 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향해 "당내주자에 대해서만 지지운동 할 수 있다는 등 쓸데없는 압박을 윤 전 총장에게 행사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이 당내 주자의 지지율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무너지면 정권교체라는 야권 최종 목표 달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의 '고향 친구'로 알려진 4선 권 의원도 가세했다.
권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의 지지율이 위험하다고 평하는 건 정치 평론가나 여당의 인사가 할 말이지 정권교체 운명을 짊어진 제1야당의 대표가 공개적으로 할 말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대선후보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게 판을 깔아주고 원팀을 만드는게 당 대표의 최대 임무인데 요즘 당 대표의 발언을 보면 극히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최근 윤 전 총장을 비빔밥의 '당근'에 빗대고 지지율 하락에 대해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윤 전 총장이 당의 도움이 절실한 위기 상황인 만큼 입당을 서둘러야한다고 압박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친윤계 평가는 이 대표와 다르다. 윤 전 총장을 이미 한 식구처럼 대하며 비빔밥의 '밥'이라고 여긴다. 이들로선 야권 1등 주자의 지지율 하락세에 조바심이 나는데, 시종 뻣뻣한 이 대표 태도가 불쾌할 수밖에 없다. 대놓고 이 대표에게 훈계를 쏟아낸 이유다.
이 대표는 "당원과 국민이 오세훈 시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이뤄낸 승리를 윤석열 총장에 의해 이뤄낸 승리라고 하다니 정 의원이 너무 선을 넘었다"며 강하게 반격했다. 최고위원회 긴급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서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 교훈은 당내 훌륭한 후보들을 공정한 룰로 단일화해 선거를 치르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이라며 당이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 전 총장을 지나치게 저평가하고 압박한다'는 정 의원 주장도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윤 전 총장을 두고 '계륵'이라 공격한 것에 '춘천 오면 닭갈비 맛있다'고 했다"며 "(내가) 김어준 뉴스공장에서 윤 전 총장 장모의혹을 방어한 것, 대구에서 윤 전 총장이 '탄핵의 강'을 넘을 수 있도록 연설했던 것은 누구나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 선거때도 보면 지지율 추이나 여러 사정에 따라서 안철수 후보라는 당외 후보에게 표현이 과격할지 모르겠지만 부화뇌동한 분들도 있었다"며 "그분들이 옳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8월 경선 버스 출발'이 정권 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총집결하는 계기로 보고 경선 흥행을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진들이 대표를 공격하면서까지 윤 전 총장을 엄호하는 행위를 '부화뇌동'이라고 경고한 셈이다.
이 대표의 격한 반응에 정 의원은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똘똘 뭉치자는 뜻"이라며 한 발짝 물러섰다. 권 의원은 "애정어린 조언의 취지였고 충분히 소통했다"고 했다.
그러나 당분간 국민의힘의 내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친윤계 불만도 불만이지만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 '터줏대감' 같은 대권 주자들이 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당내에서 지지세력을 결집하고 있다. 경선을 앞둔 이들의 셈법이 작용하면 당이 더 시끄러워질 수 있다.
현재 '당내 1위 주자' 홍 의원이 제일 먼저 이 대표 편을 들었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당 구성원이 사적 인연을 앞세워 공적 책무를 방기 하는 것은 올바른 정당인의 자세가 아니다"며 정, 권 의원을 비판했다.
그는 "당원과 국민의 뜻으로 선출된 당 대표를 분별없이 흔드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며 "다소 미흡하더라도 모두 한마음으로 당대표를 도와 정권 탈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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