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이냐 패착이냐…여가부·통일부 폐지 두고 여야 신경전

조채원

ccw@kpinews.kr | 2021-07-12 17:46:21

"역할 없는 부처" vs "분열·퇴행정치" 여야 정면충돌
보수층 결집 노린 정치적 전략이라는 분석

여야가 여성가족부(여가부)와 통일부 폐지론으로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쏘아 올린 공'이다. 여권의 전방위적 공세를 맞고 있는 여가부·통일부 무용론은 '작은 정부'를 명분으로 보수층 결집을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참석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에서 여가부와 통일부에 대해 "수명이 다했거나 애초 아무 역할이 없는 부처들"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국내에서 젠더 갈등은 나날이 심해져 가고 있는데, 여가부는 인도네시아 현지 여성을 위한 25억원 규모의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을 추진한다"며 "부처의 존립을 위해 특임부처의 영역을 벗어나는 일을 계속 만들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은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우리 국민을 살해하고 시신을 소각하는데 통일부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 여권 공세에 대해 반격했다. 이 대표는 "정부 부처들 문제를 야당에서, 그것도 당 대표가 지적했더니 '젠더감수성을 가지라느니, 윤석열 총장 의혹을 덮으려고 한다느니, 공부하라느니, 통일을 위해서 뭘 했냐느니.' 이게 대한민국의 정당 간의 정상적인 상호반론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보고있다, 품격을 갖추시라"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은 "편 가르기 분열·퇴행 정치"라며 이 대표를 맹폭했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의 '어그로' 정치가 가관이다. 인터넷 등에서 관심을 끌고자 자극적이고 악의적으로 주장하는 것"이라며 "철학이 빈곤해 코너에 몰리니, 모면을 위해 철 지난 작은 정부론을 들고나왔다"고 비판했다.

김영배 최고위원도 "이 대표의 여가부·통일부 폐지 논란이 불필요한 논란을 빚고 있다. 무책임하다"며 "여성과 남성, 남북을 편 가르는 분열 퇴행 정치를 규탄한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가 '작은 정부론'을 강조하며 여가부·통일부 폐지론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현 정부와 여당의 실책을 강조해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여가부 폐지를 부각해 잇따른 성추행 논란으로 거듭 고개숙인 민주당의 상처를 헤집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 실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과 남북문제는) 현 정부의 약한 고리"라며 "현재 제기되는 반론이 '성과 없다고 폐지하는 게 맞냐'는 것인데, 반론 자체가 '성과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논의 지형을 만드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정치적 전략'이 대선 경선을 앞두고 표의 확장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야권에서 '여가부 폐지' 주장이 대두되면서 여성 유권자들이 빠르게 국민의힘 지지를 철회하는 양상이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YTN 의뢰로 지난 5~9일 전국 성인 남녀 2519명 대상 실시) 결과 국민의힘에 대한 여성 지지율은 전주 대비 2.3%포인트(p) 하락했다. 민주당에 대한 여성 지지율이 같은 기간 5.1%p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무당층인 여성 유권자까지 국민의힘에게 등을 돌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유승민 전 의원이 대선 공약으로 '여가부 폐지론'을 들고나온 것은 지난 6일이다. 

여가부 폐지 논란이 '분열의 정치'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피해가기 어렵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TBS 의뢰로 9, 10일 전국 성인 남녀 1014명을 대상 실시) 결과 여가부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적절하다'는 응답이 48.6%, '부적절하다'는 39.8%로 집계됐다. 이 중 남성 응답자가 59.1%(매우 42.7%+대체로 16.3%) 지지한 반면, 여성은 47.7%(매우 30.5%+대체로 17.2%)가 반대해 성별 간 입장차가 뚜렷한 양상을 보였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보수층의 결집, 2030 남성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적 선택이 성공을 거둘 수는 있지만 바람직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특히 정치권에서 '구태'로 지목돼왔던 진영 정치, 진영 싸움을 확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점에서 이 대표에게 새로운 정치를 기대했던 유권자, 특히 중도층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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