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 공약 놓고 국민의힘 잠룡들 '의견 분분'

조채원

ccw@kpinews.kr | 2021-07-07 11:38:21

윤희숙 "기능 공백 우려"…조수진 "분열의 정치"
여성계 반대 속 정치 공약화 배경에 주목 의견도
국민의힘에서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를 둘러싼 논쟁이 불붙고 있다. 일부 대선주자와 당대표가 여가부 폐지의 대선 공약화 입장을 밝히자 여성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자칫하단 제1야당이 '젠더 갈등'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이 되면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도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이준석 대표가 "제대로 공약을 내자"고 말하면서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이 지난 2일 서울 양천구 kt체임버홀에서 열린 'CBS 제30·31대 재단이사장 이·취임 감사 예식'에 참석하고 있다. 가운데는 유승민 전 의원. [뉴시스]

그러자 당내 유일한 여성 대권 주자인 윤희숙 의원이 "여가부 폐지 공약화는 성급하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같은 여성인 조수진 최고위원은 공조했다.
 
여가부 폐지 공약화에…윤희숙 "기능 공백 우려", 조수진 "분열의 정치"

윤희숙 의원은 7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여가부 폐지가 칼 자르듯 얘기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여가부가 현재 맡은 기능의 공백을 메울 대안이 먼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윤 의원은 여가부가 인심을 잃는 배경에 대해 "성범죄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았고 여성계에 일어난 일을 은폐·축소했기 때문"이라면서도 "문제는 여가부가 그것(여성문제) 말고도 청소년과 다문화가정, 성범죄 해결 등 하는 일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가부를 별도 부처로 떼어놓은 것도 다른 부처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어 "기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여가부를 없애고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것, 그리고 부처의 이름을 바꾸고 기능을 좀 더 분명하게 줘서 잘하도록 만드는 것 두 가지 대안이 있다"고 말했다. 양성평등 기능을 수행하는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 설치는 유 전 의원과 하 의원이 여가부 폐지 이후 내놓은 대안이다.
 
▲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 최고위원은 '여성할당제 폐지'와 '여가부 폐지' 주장에 대해 "분열을 획책해 이익을 취하려는 작태"로 규정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여성할당제는 여성을 무턱대고 배려하거나 배려하자는 것이 아니라 특정 성별이 독식하지 않도록 하는 '양성평등'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양성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부처나 제도는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식으로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거나 그것을 통해서 한쪽의 표를 취하겠다고 해서는 또 다른 결의 '분열의 정치'를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성계 반대 목소리 가운데…조진만 교수 "논의 토대 마련된 배경에 주목해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이하 여세연)은 논평에서 여가부 폐지 대안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여세연은 여가부의 기능을 타 부처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공군 성폭력 사건과 성비위 교사 등을 예로 들며 "다른 부처들이 여가부보다 젠더 관점에 기초한 정책을 잘 수행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양성평등위 설치에 대해서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라도 인적·물적 자원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가부 폐지의 옳고 그름보다 공약화 논의, 정치적 어젠다로 제시된 배경을 더 주목할 요소로 짚었다. 조 교수는 "여가부 폐지에 대해서는 대선 후보마다 다른 입장을 갖고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며 "예전 같았으면 표심,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젠더문제를 수면화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물론 여가부 폐지가 '이대남(20대 남자)' 표심을 의식한 것도 있겠지만, 한국사회 내의 젠더갈등이 쟁점화되고 평등과 공정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대선 주자들이 정치적 어젠다로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 더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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