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56%, 실질수익률 마이너스에도 명목수익률 높으면 "잘했다"
강혜영
khy@kpinews.kr | 2021-06-28 14:34:13
우리나라 성인의 상당수가 주택거래 등에서 물가 변동을 고려한 '실질가치'가 아닌 화폐의 '명목가치'를 중심으로 사안을 판단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29일 '한국의 화폐 환상(money illusion)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2018년 6~7월 서울과 4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성인(20~5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화폐환상 현상 검증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화폐환상이란 경제주체들이 물가변동을 고려한 후의 실질가치가 아닌 화폐의 명목가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성향을 가리킨다. 물가와 명목임금이 각각 2%씩 상승한 경우 실질임금은 불변인데도 불구하고 노동자가 임금이 상승했다고 여기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계가 주택을 거래하는 과정에서는 화폐환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은은 3명이 똑같이 2억 원에 주택을 매입한 후 1년 후 매도했다고 가정하고 거래를 잘한 순서대로 1등~3등을 나열해 달라는 질문을 제시했다.
A 씨는 1억5400만 원(매입액보다 23% 적은 금액)에 매도했지만 물가가 25% 하락했고, B 씨는 1억9800만 원(매입액보다 1% 적은 금액)에 매도했지만 물가는 같았고, C 씨는 2억4600만 원(매입액보다 23% 많은 금액)에 매도했지만 물가가 25% 상승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56.4%가 가장 투자를 잘한 사람으로 C 씨를 선택했다. C 씨는 명목수익률(23%)만 높을 뿐 실질수익률(-2%)은 가장 낮았다. 반실질수익률이 가장 높은 A 씨가 거래를 가장 잘했다고 응답한 비중은 25.4%에 불과했다. 나머지 18.2%는 B 씨를 선택했다.
임금수준과 공정성 관련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A, B 회사는 공통적으로 많은 실업자가 있는 불황 지역에 있지만, 물가 상승률은 각 0%와 12%로 다르다. 이 상황에서 A 회사는 올해 임금을 7%로 삭감하기로, B 회사는 임금을 5% 인상하기로 했다'는 가정 아래 응답자의 65.8%가 A 회사의 조치를 "불공정하다"고 평가했다. B 회사에 대해서는 "수용할만하다"는 응답이 51.2%였다.
실질임금 상승률은 두 회사 모두 -7%로 같지만, 명목임금이 삭감되는 경우 저항이 더 크다는 뜻이다.
화폐환상 가설과 부합 하지 않는 결과도 나타났다.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소식을 접한 후 은행 예금을 늘릴지 또는 주택투자 비중을 늘릴 것인지 질문한 경우에는 실물자산인 주택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는 합리적인 응답이 많이 나왔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가계가 이렇게 화폐환상을 지니고 있다는 설문결과는 거시경제 분석과 예측 등에 있어, 실질변수 못지않게 명목변수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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