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IRP시장서 '수수료 면제'로 은행에 도전장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1-06-21 16:05:05

빠르게 성장 중인 IRP 시장 노리는 금융사들…작년 35.5% ↑
삼성 이어 미래·KB·신한·한국 등 증권사 줄줄이 수수료 면제
은행, 신규가입 및 이전고객에게 캐시백·기프티콘 제공 맞불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개인형 퇴직연금계좌(IRP) 시장을 잡기 위해 증권사들이 '수수료 면제'라는 파격적 카드를 내세우며 은행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장점유율에서 은행에 절대적으로 열세인 증권사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추격전에 나선 것이다. 긴장한 은행권도 캐시백 등 다양한 이벤트로 맞불을 놓고 있다.

▲ 증권사들이 IRP 시장의 절대적 강자, 은행에 도전하기 위해 '수수료 면제' 혜택을 들고 나왔다.[셔터스톡]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업계 최초로 수수료 전액 면제 혜택을 도입한 삼성증권의 IRP 가입자 수가 급증하자 최근 미래에셋·KB·신한·한국·대신·한화·유안타 등 증권사들이 줄줄이 수수료 면제에 나서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수수료 제로(0)' 발표 직후 일주일(4월 19~26일) 간 신규 IRP 계좌 수가 올해초부터 그 전주까지의 주당 평균보다 4~5배 가량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IRP에는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 등 대개 연 0.1~0.5% 정도의 수수료가 부과된다"며 "20년 이상 운용할 경우 가입자는 수수료 면제를 통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3억 원의 퇴직금을 IRP 계좌에 넣고, 연 3% 수익률로 연금 수령 없이 20년 운용할 경우 수수료율 연 0.092%일 때는 총 737만 원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수수료율 연 0.470%일 때의 수수료는 총 3779만 원이다.

같은 조건으로 연금을 수령하면서 운용할 경우의 수수료는 320만 원(수수료율 연 0.092%)과 1630만 원(수수료율 연 0.470%)이다.

수수료가 면제되면, 이 비용이 모두 절약되는 것이다. 반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수익이 줄어든다.

그럼에도 수수료 전액 면제 혜택을 내민 것은 그만큼 IRP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말 기준 IRP 총 적립금은 34조4000억 원으로 전체 퇴직연금(255조5000억 원)의 13.5%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이 15.5% 늘어난 데 반해 IRP는 35.5% 증가했다. IRP의 증가속도가 훨씬 빠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IRP는 다른 종류의 퇴직연금, 확정급여(DB)형이나 확정기여(DC)형에 비해 세제 혜택이 훨씬 크다"며 "여기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듯 하다"고 진단했다.

소속 기업에서 가입하는 DB형이나 DC형 퇴직연금에 세액공제 혜택이 없는 것과 달리 IRP는 연간 700만 원(개인연금 포함)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최대 16.5%의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또 만 55세 이후 퇴직금을 IRP 계좌에 입금하고,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퇴직소득세의 30%를 감면해준다. 연금 수령 시의 연금소득세도 연 3.3~5.5%에 불과해 일반적인 소득세보다 훨씬 낮다.

특히 IRP 계좌에서 투자해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배당소득세(15.4%)를 면제하는 부분이 주목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요새 '동학개미', '서학개미' 등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들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들에게 배당소득세 면제는 매력적인 요소"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빠르게 성장하는 IRP 시장에서 증권사의 점유율은 아직 은행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말 기준 증권사의 IRP 적립금은 총 7조5455억 원으로 시장점유율 21.9%를 기록했다. 총 23조8555억 원(69.3%)인 은행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미친다
 
은행의 압도적인 '네트워크 파워'를 증권사가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수수료 면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의 IRP 적립금 성장률은 증권사(48.7%)가 오히려 은행(36%)보다 높다"며 "수수료 면제를 통해 시장점유율 격차를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특히 요새 2030 젊은층은 접근성 높은 은행만 찾기보다 스스로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며 "증권사의 높은 수익률과 비용 절감 효과를 강조하면, 젊은층 고객르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증권사의 IRP 평균 수익률은 6.58%로 은행(3.50%), 생명보험사(2.96%), 손해보험사(2.24%) 등을 능가했다. 작년 증권시장이 호황이었던 영향으로 분석된다.

증권사들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면서 긴장한 은행권도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 캐시백 등 다양한 이벤트를 들고 나왔다.

하나은행은 오는 30일까지 IRP 신규 가입 고객 중 1500명을 추첨해 캐시백을 제공하기로 했다. 신규 가입자에게는 최대 5000 하나머니를, 타 금융사로부터 계약을 이전한 가입자에게는 최대 1만 하나머니를 준다.

KB국민은행은 이달말까지 △10만 원 이상 신규 가입 후 월 10만 원 이상 자동이체를 1년 이상 등록 △100만 원 이상 신규 가입 △다른 금융기관의 IRP를 국민은행으로 100만 원 이상 이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내 만기 자금을 국민은행 IRP로 100만 원 이상 전환한 고객 전원에게 커피 기프티콘을 제공한다. 추첨을 통해 추가 경품도 지급한다.

우리은행도 이달 30일까지 △IRP 10만 원 이상 신규·자동이체 등록 고객 △100만 원 이상 추가입금 고객(계약이전 포함) △ISA 만기 자금을 IRP계좌에 입금한 고객 등을 대상으로 경품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IRP 계좌에 월 10만 원 이상 자동이체 등록 또는 100만 원 이상 입금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커피 기프티콘(3000명)을 준다. 300만 원이나 500만 원 이상 입금 시에는 추첨으로 상품권도 제공한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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