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삶의 질' 반영하면 지난해 13% 역성장"
강혜영
khy@kpinews.kr | 2021-06-16 11:44:32
불평등·여가·인적자본·환경·디지털 등 GDP에 없는 가치 반영
지난해 GDP 0.96% 감소했는데 참성장지표 기준은 13.38%↓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약 0.9% 감소했다. 하지만 삶의 질과 지속가능성까지 반영할 경우 우리 경제 수준은 13% 넘게 뒷걸음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민간 싱크탱크인 LAB2050은 삶의 질, 환경, 인적 자본, 디지털 가치 등 GDP가 담지 못하는 가치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지표인 '참성장지표'를 발표하면서 "GDP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나라의 성장을 점점 더 과대평가하고 있다"며 "삶의 질과 지속가능성 중심의 성장을 지향할 때"라고 강조했다.
민간 싱크탱크 LAB2050은 16일 열린 국제 세미나 '새로운 경제의 상상: 인간, 자연, 공동체, 디지털의 가치를 담다'에서 참성장지표를 제안했다.
참성장지표는 경제뿐만 아니라 환경, 공동체, 인적 자본, 디지털 서비스의 가치를 반영한 지표다. 시장에서 화폐로 교환된 재화와 서비스를 중심으로 구성된 GDP와 달리 현재와 미래의 삶의 질에 영향을 주지만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다양한 가치를 담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 주에서 활용되고 있는 GPI(Genuine Progress Indicator) 연구와 한국 사회 특징, 디지털화 등 경제 환경 변화를 반영해 구축한 것으로 변화한 사회상을 반영하고 질적 성장을 함께 측정, 평가할 수 있다.
참성장지표는 크게 경제, 일과 여가, 인적자본, 환경, 디지털 부문으로 구분된다.
경제부문은 GDP와 달리 삶의 질 측면에서 재구성해 가계 소비를 중심으로 측정했다. 국민이 직접 체감하는 소비증감의 영향을 크게 반영한다. 소득불평등과 순투자 및 순대외자산의 증감, 정부의 공공서비스도 경제부문에 포함한다.
LAB2050은 "참성장지표에는 외환위기 이후, 닷컴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등의 영향이 GDP에서보다 더욱 크게 나타난다"면서 "실제로 극단적 부침을 겪는 국민의 경제적 삶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일과 여가 부문에서는 생산의 중요한 기반이면서도 기존 경제지표에서 빠져 있는 가사돌봄노동의 가치와 자원봉사, 여가 및 통근시간에 따른 후생 증감을 고려했다. 개인의 시간 및 공동체 자본에서 창출되는 가치 중심으로 구성하면서 가사노동 불평등 같은 새로운 개념도 도입했다.
인적자본은 고등교육의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긍정적 인적자본, 범죄로 인한 부정적 인적자본, 실업으로 인한 인적자본의 미활용 등을 측정했다.
환경은 경제활동으로 인한 환경 자원의 훼손과 그에 따른 현재와 미래 후생의 감소를 측정하기 위해 대기 및 수질오염의 비용, 기후변화 및 폐기물 비용 등으로 구성됐다.
디지털은 무료 디지털 서비스에 대해 개인들이 느끼는 가치를 설문조사를 통해 측정하여 편익을 제공하지만 시장에서 집계되지 않는 디지털 서비스의 가치를 산출했다.
이원재 LAB2050 대표는 "코로나 이후 우리 경제는 디지털화, 탄소중립화, 격차완화, 삶의 질 향상 등 새로운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면서 "이제 양적 성장 중심에서 삶의 질과 지속가능성 중심의 성장을 지향할 때가 되었으며, 참성장지표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참성장지표 13% 급감…코로나에 따른 소비지출 감소 영향
참성장지표 기준으로 볼 때 우리 경제 수준은 2019년 1474조 원에서 지난해 1277조 원으로 13.38% 감소했다.
같은 기간 GDP는 0.96% 줄어든 것에 비해 감소 폭이 훨씬 더 크다. 경제 규모만 본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국민들의 삶의 질과 지속가능성 등 반영한 결과 경제 수준이 더욱 큰 폭으로 뒷걸음질 친 것이다.
경제부문은 약 1124조 원으로 15% 감소했다. 세부항목별로는 최종소비지출(813조 원)이 5% 줄었다. 순 대외자산은 -58조 원으로 집계됐다.
인적자본부분은 150조 원으로 범죄 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년 대비 42% 급감했다. 환경부문은 -264조 원을 기록했다. 일과 여가 부부문은 150조 원, 디지털부문은 약 8조 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LAB2050 관계자는 "가계의 소비 부분이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을 잘 설명한다"면서 "GDP는 소비가 위축되도 수출과 투자가 방어하면 감소 폭이 적지만 참성장지표는 소비부문이 강조되기 때문에 코로나19의 충격을 더 잘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성장지표를 추세적으로 보면 GDP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나라의 성장을 점점 더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LAB2050은 지적했다.
참성장지표 추산 결과 1997년부터 2020년까지 GDP는 783조 원에서 1831조 원으로 133% 증가했지만, 참성장지표는 620조 원에서 1277조 원으로 1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참성장지표의 GDP 대비 비중도 79.2%에서 69.7%로 감소했다.
연평균 성장률을 봐도 GDP는 1997년 이후 연평균 3.59%씩 성장했지만, 참성장지표 기준으로는 연평균 3.39% 성장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GDP는 내수가 악화한 경우에도 수출이 약진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그러나 참성장지표의 추세를 보면 대다수 국민의 삶은 시기마다 큰 굴곡을 띠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LAB2050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GDP가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참성장지표의 감소 폭은 더욱 급격했다"면서 "기업의 생산에 비해 소비나 임금수준 등으로 드러나는 국민 삶의 질의 하락은 더욱 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참성장지표는 크게 하락했다. LAB2050은 "기업과 금융부문 등으로 위기가 번지지 않도록 방어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국민의 삶은 방어하지는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국제 세미나는 국민총행복전환포럼, 유쾌한반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세대 복지국가연구센터, 한마음 평화연구재단이 후원했다.
유쾌한반란 이사장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이제까지 우리가 추구해왔던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 사회의 성숙도, 또 사람 사이의 상생 이러한 가치들이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지표의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라며 "정책당국자와 국민 여러분께서 관심 가져주면서 우리 경제를 질적으로 성장시키고, 우리 사회를 성숙화 시키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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