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의 '편지 정치'…이번에도 빛 볼까

안경환

jing@kpinews.kr | 2021-06-10 08:30:42

3년간 상정조차 못한 '100억 미만 표준시장단가 조례안'
행정부지사 밀봉한 채 전달한 편지 후 분위기 반전돼

이재명 경기지사의 '편지정치', 이번에도 빛 볼까.

개회 3일 째를 맞고 있는 제352회 경기도의회 정례회 화두는 '경기도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 일부개정안' 통과 여부다. 100억 원 미만 관급공사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는 조례안으로, 이 지사가 '예산 절감' 등을 내세우며 취임 직후부터 공들여 온 핵심 정책 중 하나다.

이 조례안은 이 지사 취임 직후인 2018년 8월부터 지금까지 건설업계와 도 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상정도 되지 못한 채 계류돼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도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진전을 보지 못했던 대표적 핵심 정책과 조례안들이 잇따라 통과돼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경기도의회 본회의 모습 [경기도의회 제공]

여당 대권 주자 가운데 부동의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 지사의 위상에다, 그동안 빛을 본 이른바 '편지정치'가 동원됐기 때문이다.

10일 경기도와 도의회 등에 따르면 이 지사는 이날 오전 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건교위) 위원들과 회동을 갖는다. 관련조례 처리 등 당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8일 이 지사는 건교위에 보낸 서한을 통해 조례안 처리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 지사는 서한문에서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면 예산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고, 건설업 부실의 근원인 페이퍼컴퍼니 등 불법하도급 비리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한은 이한규 도 행정2부지사가 건교위를 찾아 김명원 위원장을 비롯한 14명의 소관 위원에게 밀봉한 상태로 전달하는 형태를 취했다.

'경기도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 일부개정안'은 100억 원 이상 대형 공사에 적용하는 표준시장단가를 100억 원 미만 소규모 공사에도 적용하자는 것으로 건설업계의 거센 반발과 해당 상임위원회인 건교위의 반대가 거셌다.

현재 행정안전부 예규는 추정가격 100억 원 미만 공공건설공사에는 '표준품셈'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도 조례 역시 지역 중소건설산업 활성화를 위해 추정가격 100억 원 미만 공사에 표준품셈 적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취임 직후인 2018년 8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캡처]

표준품셈은 재료나 노무비 등 단위 수량에 단가를 곱하는 원가계산방식이다. 반면, 표준시장단가는 계약단가나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산정한 총공사비로 표준품셈보다 10~20% 공사단가가 낮다.

중앙 정부가 100억 원 미만 공공공사에 표준품셈을 적용하도록 한 것은 중소 건설업체를 보호·지원하자는 취지다. 100억 원 미만 공사의 경우 대부분 중소 건설업체 몫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 지사가 '100억 원 미만 표준시장단가 적용'을 들고 나왔을 때 중소 건설업체들은 '생존'을 이유로 저항했고, 도의회도 이에 동조해 왔다.

하지만 서한이 전달된 뒤 건교위에서도 입장 변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일단 상임위 안건으로 조례를 상정해 논의해 보자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당초 14명의 소관 의원 가운데 70% 정도가 반대 입장을 표명, 안건 상정 논의조차 거부됐던 것에서 많이 진일보한 셈이다.

이 지사는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대표단과 소속 국회의원 176명 전원에게 편지를 보내 등록 대부업체의 고금리를 10%까지 낮춰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또 지난 1월에는 전 국민 대상 1차 재난지원금을 넘어서는 규모의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며 국회의원 300명과 기획재정부에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여권 유력 대선 주자인 이 지사의 편지정치는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고 호응도 컸다는 평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경기도 제공]

건교위는 오는 11일 건설업계와 도 집행부 등이 참여하는 가운데 간담회를 열어 안건 상정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표준시장단가 도입은 이 지사가 제시한 각종 역점사업 공약 중 유일하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지사의 역점사업 가운데 하나로 역시 추진에 난항을 겪었던 '농민기본소득 지원 조례'는 지난 4월 29일 열린 도의회 제351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지난해 6월 30일 해당 조례안이 소관 상임위인 농정해양위원회에 회부된 지 10개월 만이다.

지난해 3월 폐업한 지상파라디오 '경기방송'을 대신한 '경기도 공영방송 설치 및 운영 조례안'도 지난 회기 때 농민기본소득과 함께 통과됐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 차원의 일이라며 극심하게 반대하던 지방조달시스템 용역비와 수수료율 등 문제로 제동을 건 공공배달앱 사업비도 도의회를 통과했다.

이들 사업은 이 지사가 독과점 폐해를 개선하거나 사회적 약자에게 '부'를 나눠 주겠다며 역점적으로 추진한 대표 사업들이다.

한 도의원은 "그동안 계류됐던 이 지사의 정책과 관련 조례가 도의회를 통과한 것은 목표를 향해 굽히지 않는 이 지사의 끈질긴 도전정신과 대선 유력 주자의 위상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며 "특히 진정성이 담긴 편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 이번에도 효과를 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PI뉴스 / 안경환 기자 ji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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