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보고 빌려주는" 대부업체 '주부 전용 대출'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1-06-08 16:15:21
대출 연체하면 남편 직장 찾아가기도…"고금리 빚 지옥·가정 파탄 우려"
대부분 대부업체는 '주부 전용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쉽고 빠른 대출', '여성 우대' 등 온갖 자극적인 문구로 선전한다.
그런데 대부업체에서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에게 돈을 빌려주는 건 사실 남편을 보고 대출해주는 것이다. 대출을 연체한 주부에게 "남편에게 알려질 것"이라는 협박성 멘트를 하거나 아예 남편의 직장까지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간편하게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이유로 대부업체의 주부 전용 대출을 이용했다가 자칫 고금리 빚 지옥에 빠지거나 가정 파탄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A(여·36세) 씨는 몇 달 전 생활비가 모자라 고민하던 중 온라인에서 대부업체의 주부 전용 대출을 발견했다. 쉽고 빠른 데다 여성 우대 금리를 적용해준다는 점, 여성 상담원이 상담해주며 채권 추심인도 여성이란 점 등이 끌렸다.
그런데 해당 대부업체는 대출 서류에 A 씨 남편의 직장명과 소득을 적을 것을 요구했다. A 씨는 망설여졌지만, 돈이 급해서 결국 시키는 대로 했다.
대출금은 그날 바로 입금됐으며, A 씨는 그 달의 생활비 부족을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실수였다. 처음에는 친절하기 그지없던 대부업체는 대출금이 연체되자 표변했다.
여성 채권 추심인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당장 갚지 않으면, 집으로 빚 독촉 고지서가 갈 것"이라며 "그러면 남편도 알게 될 수 있다"고 협박성 멘트를 늘어놓았다. 남편에게 알려지는 게 두려웠던 A 씨는 지인에게 급전을 빌려서 대출금을 갚았다.
B(여·40세) 씨는 더 지독한 꼴을 당했다. B 씨가 빚을 갚지 못하자 돈을 빌려준 대부업체는 매일 전화를 하고 빚 독촉 고지서를 날리더니 결국 B 씨 남편의 직장까지 찾아갔다.
아무것도 모르던 B 씨의 남편은 경악했다. 남편은 아내가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사실이 소문날까 무서워 대부업체 채권 추심인에게 즉시 돈을 지불했다. 이 사건은 부부싸움으로 이어졌으며, 지금까지도 B 씨와 남편은 냉랭한 관계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전업주부는 소득이 없어서 은행 대출이 잘 안 된다"며 "주부 전용 대출은 그런 차주를 노리고 만든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소득이 없는 차주에게 대출해주는 건 대부업체도 꺼려 한다"며 "결국 남편을 보고 빌려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부업체는 대출을 신청한 주부에게 남편의 직장명과 소득을 적을 것을 요구한다. 홈택스에서 발급된 남편의 소득명세서 혹은 남편의 급여가 찍힌 통장 사본을 요구하기도 한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차주의 소득이 없을 경우 배우자 등 주변인의 소득에 대해 알아보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부업체 대출은 이자제한법의 한계까지 금리를 적용하는 고금리대출이다. 여성 우대 금리를 받는다 해도 대개 17~19%에 달한다. 상환기간이 짧고 이자부담이 커 별도의 상환계획 없이 손을 벌렸다가 대출이 연체되기 십상이다.
그러면 즉시 지옥이 펼쳐진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출이 부실화되면, 대부업체가 문을 닫아야 한다"며 "끊임없는 빚 독촉과 남편 방문 등 쓸 수 있는 수단은 다 쓴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 20% 가량 고금리 빚은 빨리 갚지 못할 경우 순식간에 불어나 큰 부담이 되기 마련"이라며 "'쉽고 빠른 대출', '여성 우대' 등의 선전 문구에 넘어갔다가 자칫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염려했다. 그는 "경제적인 고통은 물론 가정 파탄에 이르는 사례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부에게 돈을 빌려준다고 반가워할 게 아니라 왜 소득이 없는 주부에게 대출을 해줄까라는 의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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