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협 승진자격시험에 불거진 대리시험 의혹

곽미령

ayms7@kpinews.kr | 2021-06-07 21:24:18

직원 "화상시험 도입후에도 일각서 대리시험"
농협 "본인 확인, 영상 녹화 등 깐깐하게 감독"

농협 승진 자격시험에서 대리시험 의혹이 제기됐다. 승진시험을 부하 직원에게 대리로 보게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경기도 한 지역농협 직원 최 모(20대) 씨는 최근 상사에게서 대리시험을 봐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나 거절했다고 7일 UPI뉴스에 제보했다. "상사한테 잘보이고 싶지만, 대리시험까지 쳐주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최 씨는 지금 그날의 선택을 후회한다. 이후 회사생활이 편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최 씨는 거절했지만 더러 순응하는 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최 씨는 "지금 진급 못한 대리들 나이가 대부분 40대 중후반으로 컴퓨터를 잘 사용할줄 모른다"며 "지난 5월 이패스를 처음으로 화상으로 진행했는데 일각서 대리시험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입사 동기도 함께 담배를 피우던 중 '상사를 대신해 시험을 봤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이패스(E-pass)는 농협은행과 지역농협 등 농협중앙회 계열사에 일제히 도입된, 오픈북 형식의 승진 자격시험으로, 5급 계장·대리들이 과장으로 승진하기 위해 치른다. 시험에 합격한다고 꼭 승진하는 것은 아니지만 합격하지 못하면 승진을 할 수 없다. 농협 관계자는 "합격률은 80%가량이며 떨어지면 다음해 다시 보는 식"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저 같은 사원들은 상사에게 아무렇지 않게 대리시험을 요구받지만, 농협 문화가 워낙 폐쇄적이라 어디 고발할 수도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농협의 시험 부정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최 씨는 "작년 비대면 온라인 시험때는 사무실에 응시자들이 모여서 서로 답을 찾아주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부정시험 논란이 끊이지 않자 농협은 지난 5월부터 시험 형식을 비대면 온라인에서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화상 온라인으로 바꿨다. 그러나 부정이 근절되지는 않은 듯하다.

부정시험만이 아니다. 또 다른 지역농협에 근무하는 이 모(30대) 씨는 승진 과정에서 벌어지는 부정·부패를 제보했다. 이 씨는 "지역농협은 모든 인사권이 조합장한테 있기 때문에 대리시험을 보더라도 조합장에게 이쁨받으면 승진할 수 있다는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승진 시기에는 조합장한테 건네는 온갖 뇌물들이 판친다"고 폭로했다.

이날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농협 직원은 대리시험이 사회생활?' 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농협 내부 블라인드에는 "이패스 대리시험을 봐줬다가 60점도 안나와서 통과 못하면 오히려 상사한테 욕먹고, 돈 내놓으라고 한다.", "양심이 있으면 제발 본인이 직접 시험보세요" 등 항의성 글이 잇따르고 있다.

농협 측은 "부정을 막기 위해 화상시험을 도입했고, 화상 시험은 평가전 본인 확인, 실시간 화상 감독, 영상녹화까지 한다"면서 "원천적으로 대리시험이 불가능한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대리시험은 영상녹화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며 최종판별시 0점 처리된다"는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5월 전국 2400명이 시험을 치렀는데 부정행위자 90명이 적발됐다"며 "여기서 부정행위라는 게 응시자가 화면 밖으로 사라지거나 응시자 외 타인이 화면에 노출되는 경우"라고 말했다. "그만큼 깐깐하게 감독한다는 의미"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농협 측은 "그래도 대리시험 의혹이 제기된 만큼 녹화 기록 등을 조사해 적발시 0점 처리 등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처
▲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처

KPI뉴스 / 곽미령 기자 ayms7@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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