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당원 편중 심각…지역 입김에 휘둘리는 여야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1-06-04 14:47:33
민주당 호남당원 27%, 국민의힘 영남당원 51%
野 전대 주목…당심, 민심 누르면 후폭풍 예상
이준석 46.7%, 나경원 16.8%, 주호영 6.7%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호남당', '영남당' 소리를 자주 듣는다. 여야 1, 2당이 '지역주의' 낙인을 확실히 떼지 못한 탓이다. 특정지역 당원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이 문제다.
당비를 내는 '후원당원'은 특히 입김이 세다. 공직과 당직 선거를 위한 선거인 자격과 추천 권리를 가진 당원이기 때문이다. 투표권을 가진 후원당원의 표심이 경선 등에서 후보자를 결정한다.
당 지도부도, 공직·당직 출마자도 '상전'인 후원당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권리당원, 국민의힘은 책임당원으로 부른다.
민주당은 '권리행사 시행일로부터 6개월 이전까지 입당한 권리 당원 중 권리행사 시행일 전 12개월 이내에 6회 이상 당비를 낸 자'로 권리당원을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비(1000원)를 3개월 이상 내는 사람에게 책임당원 자격을 준다.
특정지역 당원의 편중 현상은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심각하다. 국민의힘에서 새 지도부를 뽑는 6·11 전당대회를 앞두고 '도로 영남당' 논란이 불거졌던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당대표 선거에서 이준석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중평이다. 이 후보는 지지율 선두를 달리며 민심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알앤써치가 4일 발표한 여론조사(매일경제·MBN 의뢰로 지난 1, 2일 성인 1044명 대상 실시)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는 당대표 주자 지지도에서 46.7%를 차지했다. 2위 나경원 후보는 16.8%에 그쳤다. 3위 주호영 후보는 6.7%. 이, 나 후보 격차는 무려 29.9%포인트로, 점차 벌어지는 추세다.
전날 엠브레가인퍼블릭 등 4개사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 36%, 나 후보 12%로 집계됐다. 두 조사에서 이 후보가 나 후보보다 3배 안팎의 지지를 기록하고 있다. 두 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나 후보를 크게 앞서지만 당선을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당대표는 일반 여론조사 30%, 당원투표 70%를 합산해 선출한다. 민심보다 당심 반영 비율이 2배 이상 높다. 당심 향배가 승부를 가를 수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당심이 영남권에 쏠려 있는 게 유동성을 높인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클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 당원 수는 지난해 기준 347만5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책임당원은 28만5000명. 지난달 확정된 6·11 전대 선거인단 구성안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의 253개 당원협의회에서 32만8889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 중 책임당원은 27만6698명으로 84.13%를 차지한다. 대의원은 8372명, 일반당원은 4만3819명이다. 100% 경선 참여가 가능한 책임당원과 달리 일반당원은 추첨으로 참여할 수 있다.
선거인단 구성안을 보면 영남 표심의 위력이 잘 드러난다.
TK(대구·경북)권은 당협이 25개에 불과한데 선거인단은 무려 28.0%(9만2118명)에 달한다. PK(부산·울산·경남)권은 당협 40개에 선거인단이 23.3%(7만6510명)이다. 영남인 TK와 PK를 합친 선거인단은 51.3%로 과반이다.
반면 서울(당협 49개)과 경기(59개), 인천(13개) 선거인단은 다 합쳐도 32.3% 밖에 안된다. 호남권은 광주(0.6%), 전북(0.7%), 전남(0.7%) 합쳐 선거인단이 고작 2%다. 타 지역 인구·당협 수와 비교하면 영남권 선거인단의 비중은 눈에 띄게 두드러진 것이다.
지난 2019년 2월27일에 치러진 전당대회 선거인단에서도 영남권은 TK(29.4%), PK(21.2%) 합쳐 50.6%를 가져갔다. 2017년 7·3 전대에서도 영남권은 TK(24.7%), PK(27.7%) 합쳐 52.4%였다. 세 차례 전대에서 영남권 선거인단은 모두 과반이었다.
6·11 전대 결과에 따라선 영남권 당원 편중 문제를 바로잡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지금처럼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선 이 후보가 당원 투표에서 역전을 당해 당대표 선거에서 떨어진다면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민심과 동떨어진 당심은 안된다"는 명분 하에 경선룰은 물론 영남권 당원 비중을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호남 당원 비중이 높다. 2018년 8·25 전대를 앞두고 권리당원 수는 69만여명 정도로 추산됐다. 호남권은 18만여명으로 27%를 차지했다. 서울 21%, 경기 20% 순이었다. 반면 PK는 9%, TK는 2%에 그쳤다.
송영길 대표가 선출된 지난 5·2 전대에서 선거인단에 참여한 권리당원은 69만4559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한 관계자는 "권역별 참여 비중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며 "호남이 27%로 가장 높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과 경기는 각 20%, 경남 12%, 충청 13% 내외"라며 "TK, 강원 등 지역은 3, 4%내외"라고 말했다.
양당이 핵심 지지기반의 당원 비중은 과하게 중시하고 불모지 당원 비중은 경시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이다.
한 정치 전문가는 "양당 텃밭의 현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기득권 세력이 당 운영의 주도권을 쥐고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특정지역 당원 비중을 기형적으로 늘려놨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별 책임당원 비중은 당내 선거와 공천 등 민감한 사안과 맞물려 있어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6·11 전대 결과가 주목된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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