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무용가 최승희, '관능적' 전신 컬러 수영복 사진 발굴

UPI뉴스

| 2021-05-31 11:22:01

[기고] 최승희 연구가 조정희PD
1935년 일본 여성지 <주부의벗>에 게재 
최고인기 연예인 미나미 사토에와 나란히
마츠자카야 백화점의 수영복 광고 사진

전설적인 무용가 최승희 선생의 일본 공연을 조사하던 중 나는 2020년 3월경 그의 전신 수영복 컬러 사진을 발굴한 바 있다. 도쿄도 치요다구 구단시타 소재 쇼와시대(1926-1989년)의 전문 박물관 <쇼와칸(昭和館)>에서였다. 이 사진은 일본의 월간 여성지 <주부의벗(主婦之友)> 1935년 7월호에 실려 있었다.

▲일본 여성지 <주부의벗> 1935년 7월호에 게재된 최승희(오른쪽)와 미나미 사토에의 수영복 사진. 잡지 3페이지 지면을 접어서 삽입했을 정도로 대형 사진이다. 중간의 선이 접힌 부분이다. 당시로서는 매우 관능적이고 파격적인 사진이다. [조정희 PD 제공]

사진에는 최승희와 함께 또 한 명의 여성이 수영복 차림으로 등장하는데, 그는 당시 쇼치쿠(松竹) 소녀가극단의 간판스타 미나미 사토에(南里枝)였다. 1930년대 일본 최고의 무용예술가 최승희와 일본 최고의 스타 연예인 미나미 사토에가 나란히 촬영된 것이 무척 이례적이다.

193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조선은 물론 일본에서도 예술가와 예능인의 구별이 그다지 뚜렷하지 않았고,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비슷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용예술가 최승희가 오늘날의 인기 연예인처럼 여러 유수기업의 광고 모델로 활동했던 것도 그 같은 시대적 관행 때문이었다.

즉, 최승희는 <아지노모토>와 <모리나가제과> 등의 식품회사, <대학목약>과 <구라부치약> 등의 의약기업, <피카소크림>과 <명백미안수>와 <헤지마콜론> 등의 화장품회사의 모델로 활약했는데, <주부의벗>에 실린 이 사진도 일본 최고(最古)이자 최대 백화점 체인점 마츠자카야(松板屋)의 1935년 수영복 광고를 위해 촬영된 것이다.

마츠자카야 백화점은 1611년 나고야시 혼마치에서 <이토 포목점>으로 시작해, 1745년 교토 무로마치점, 1768년 도쿄 우에노점, 1875년에 오사카 텐마바시점, 1924년 도쿄 긴자점, 1932년 시즈오카점 등으로 확대 개점된 4백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일본 최대, 최고급 백화점 체인이다.

마츠자카야 백화점은 여름마다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대대적인 수영복 선전을 벌인 것으로도 유명한데, 1934년의 마츠자카야 백화점 수영복 모델은 구로다 기요(黒田記代)와 시노부 세츠코(忍節子)였다. 이들은 1934년 3월과 4월에 각각 개봉된 영화 <사랑을 알게 되었사옵니다(恋を知りそめ申し候)>와 <끝없는 포도(限りなき舗道)>의 여주인공으로 처녀 출연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신인 여배우들이었다.

그러나 신인들의 홍보효과가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인지, 마츠자카야 백화점은 이듬해 1935년의 수영복 모델을 이미 인기 정상에 올랐던 최승희와 미나미 사토에로 교체하고, 이들의 사진을 컬러판으로 인쇄해 인기 여성지 <주부의벗(主婦之友)>에 실었다. 1930년대 중반 <주부의벗> 발행부수는 평균 100만부, 최고 기록은 1941년의 163만부였다. 최승희-미나미 사토에의 수영복 사진이 일본 전역에 100만부 이상 살포된 것이다.

▲정병호-다카시마 유사부로 공편의 사진집 <세기의 미인무용가 최승희(1994)>에도 이 사진이 실려 있으나, 최승희를 중심으로 상반신만 소개되었다. 이 상반신 사진은 2013년의 광주시립미술관, 2016년의 수림미술관 전시회에서도 전시된 바 있다. 상반신만 게재한 이유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최승희의 이 수영복 컬러 사진이 한국에서 원래 모습대로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 사진의 일부가 편집되어 선보인 적은 있다. 2013년 7-8월 광주시립미술관이 개최한 사진 전시회 <최승희전>과 2016년 5-8월에 수림미술관에서 개최된 <최승희 사진전>이 그것이다. 여기에서는 <주부의벗> 사진이 최승희를 중심으로 상반신만 잘라내어져 전시되었다.

최승희 선생은 1929년 6월23일 발행된 조선 잡지 <별건곤>에서 "다리는 무용 예술가에게 가장 귀중한 보물"이라고 말한 바 있고, 늘씬한 그의 각선미는 일본 대중에게 큰 인기였다. 최승희 선생이 자신의 다리를 상해보험에 들었던 사실은 2021년 2월4일의 <UPI뉴스>에 단독 게재된 바도 있다.

전시회 주최 측이 최승희 본인에게 소중하고 대중에게도 인기 있던 각선미를 완전히 제거한 사진을 전시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와 똑같이 편집된 사진이 정병호-다카시마 유사부로 공편의 사진집 <세기의 미인무용가 최승희(世紀の美人舞踊家崔承喜, 1994, 21쪽)>에 게재되었던 것으로 보아, 아마도 그때까지만 해도 전체 사진이 발굴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최승희와 미나미 사토에의 수영복 사진을 게재한 <주부의벗> 1935년 7월호. 이 여성잡지의 발행부수는 1930년대 평균 1백만부, 최고 기록은 1941년의 163만부였다고 한다.

최승희-미나미 사토에의 수영복 사진은 잡지 한 면의 3배에 가까운 대형 사진으로, 두 번을 접어야 잡지 속에 끼워질 수 있을 정도였다. 따라서 이번에 발굴된 사진에도 두 개의 접은 선 자국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다.

한편 사진 상단에는 <바다의 모드(海のモード)>라는 제목 아래 여름바다를 예찬하면서 이에 걸맞는 '올해의 수영복'을 홍보하는 문구가 자유시 형식으로 쓰여 있고, 그 첫머리에는 이 사진을 촬영한 것이 '<주부의벗> 사진부'라는 점을 밝혔다.

또 홍보문 마지막에는 부인용과 아동용을 구분하여 수영복과 해변 모자의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부인용 수영복의 가격은 3~6엔이었는데, 이는 오늘날 미국 달러화로 약 28~56달러(금값 기준), 한국 원화로 약 3~6만 원에 상당한다. 끝으로 이 사진의 광고주가 마츠자카야 백화점 긴자점임도 밝혀져 있다. (*)

▲ 조정희 PD, 최승희 연구가

조정희 PD·최승희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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