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변이 바이러스에 지역 명칭 쓰는 방역당국, 공정한가
김해욱
hwk1990@kpinews.kr | 2021-05-25 11:13:15
'주요 변이바이러스 277건 추가 확인, 영국 변이 1147건, 남아공 변이 125건, 브라질 변이 11건, 인도 변이 107건으로, 누적 총 1390건'
지난 25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염병에 지역 명칭이 아닌 공식 명칭을 사용하란 권고에도 불구하고 방역당국은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여전히 지역 명칭을 쓰고 있다.
지난해 1월 '중국 우한발 신종 전염병'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 WHO는 지난해 2월 COVID-19(코로나19)라는 공식 명칭을 확정하고 우한 코로나, 중국 코로나와 같은 명칭은 지양할 것을 권고했다. 2015년 불필요한 공포와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특정 국가나 지역, 집단, 직업 등을 질병 명칭에 포함시키지 말자는 권고에 따른 조치였다.
COVID-19가 공식 명칭으로 확정되자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지역 명칭을 쓰지 말 것을 강권했다. COVID-19라는 영어식 이름이 길다며 질병관리청(당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라는 명칭도 새롭게 만들었다. 정부의 보도자료도 전부 공식 명칭만을 표기하기 시작했다. 우한이라는 단어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를 대하는 정부와 질병관리청의 자세는 사뭇 달랐다. 정부의 그 누구도 변이 바이러스의 공식 명칭 사용 권고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다. 질병관리청에서는 변이 바이러스 명칭을 지역 명칭으로만 기재하고 있다. 공식 명칭과의 혼용조차 하지 않았다. 명칭 바로잡기에 대한 시도도 변이 바이러스 관련 브리핑이나 보도자료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대중에게 좀 더 쉬운 용어를 사용하기 위함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 COVID-19라는 명칭은 쉬운 용어였냐는 질문엔 "변이 바이러스도 공식 명칭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수정해나가겠다"라고 동문서답했다.
계속된 질문에 관계자는 "당시 우한발은 첫 사례라 정보 접근성이 높아 COVID-19라는 명칭도 충분히 이해하기 쉽다고 봤다"며 "예를 들어 인도발 변이의 공식 명칭인 'B.1.617'은 너무 어렵지 않은가"라는 답변을 내놨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COVID-19가 공식 명칭으로 처음 확정됐을 당시에도 직관적이지 않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잖았다.
전 식약처 간부로, 대학교수이기도 했던 한 전문가는 "명백히 이중적인 행태"라며 "WHO가 중국의 영향에 자유로울 수 없는 것처럼 정부와 질병관리청도 눈치를 보기 때문에 이러한 형평성 문제가 빚어진 것"이라 말했다.
설마 대한민국 정부가 특정 국가 눈치 보느라 이러한 행태를 보였을까마는 이러한 일관성 없는 행정이 계속되는 한 형평성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KPI뉴스 / 김해욱 인턴기자 hwk1990@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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