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체제 대결로 번지는 野 전대…오세훈 개입 논란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1-05-24 10:17:24

이준석, 변화 상징하며 돌풍 vs 중진은 기득권 몰려
오세훈 "반란 꿈꾼다"며 李 지지, 체제 대결 부채질
나경원 "시정 안바쁜가" "예쁜 스포츠카" 吳·李 저격
李 '안정감' 의구심 해소 과제…예비경선 결과 주목

"국민의힘 당 대표를 뽑는 6·11 전당대회가 신·구(新舊) 간 세대 대결을 넘어 체제 대결로 확전되고 있다."

국민의힘 사정에 밝힌 한 정치 전문가는 24일 "당 대표 선거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며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대는 신진이 중진에게 도전하는 세대 대결 양상이 뚜렷했다. 청년·초선 당권주자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김웅, 김은혜 의원 3명. 중진급 전·현직 의원은 나경원, 주호영 전 원내대표 등 5명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24일 대구를 찾아 경북대학교 북문 앞에서 학생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뉴시스]

그런데 신진, 특히 이준석 후보가 '쇄신과 변화'를 앞세워 돌풍을 일으키면서 중진 후보들이 '구 체제'로 몰리고 있다. 

한길리서치가 지난 22일 실시한 지지도 조사에서 이준석 후보는 30.1%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나경원(17.4%)·주호영(9.3%)·김웅(5.0%)·김은혜(4.9%) 후보순이었다.

정치 전문가는 "이준석 후보가 변화와 개혁으로 상징되면서 긍정적 흐름을 타고 있다"며 "원내대표를 맡았던 나경원·주호영 후보는 그 대척점에 서면서 기득권, 올드 이미지가 굳어지는 형국"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 등 '젊은 피' 3인방이 보수 색채를 덜어내며 중도를 지향한다면 나·주 후보는 보수를 수호하며 기득권을 연장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석·김웅·김은혜 후보가 지난 22일 자체 공개 토론회를 연 것도 이런 프레임을 겨냥한 각세우기 포석으로 여겨진다.

특히 중도개혁 성향을 표방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준석 후보를 사실상 지지하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체제 대결' 전선이 더욱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오 시장은 전날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방금전 0선, 초선들이 자체적으로 벌인 토론회를 유튜브로 봤다. 그 많은 후보중 누가 대표가 되어야 국민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까요"라고 썼다. 그러면서 "유쾌한 반란을 꿈꾼다"고 했다.

오 시장은 "발랄한 그들의 생각과 격식 파괴, 탈권위적 비전을 접하면서 우리 당의 밝은 미래를 봤다"며 "우리 당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중도층과 20, 30대 젊은이들은 누가 대표가 되었을 때 계속 마음을 줄까요"라고 반문했다.

특정 후보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 후보를 사실상 공개 지지한 셈이다. 이 후보는 4·7 서울시장 보선에서 오세훈 캠프 뉴미디어본부장을 맡아 오 시장 당선을 도왔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오 시장 글을 공유하며 "이번에 좋은 성과를 내서 '첫날부터 능숙하게' 당을 개혁해 내겠다"고 화답했다.

신진 후보들을 유승민 전 의원 계파가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체제 대결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신진 후보 토론회는 정병국 전 의원이 진행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현장에서 지켜봤다. 두 사람은 과거 바른정당 창당을 주도했고 이 후보도 동참했다. "양측이 전대를 계기로 세력화를 모색하며 당 체제를 바꾸려는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오 시장 발언을 두고 당내에서는 "현직 시장이 당내 선거에 개입하는게 맞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등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일부 중진 후보는 공개 반발했다.

나경원 후보는 "시정이 바쁜데 전당대회에 너무 관심이 많으시다. 아무래도 정치 쪽에 아직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좀 쉬운 당 대표, 좀 본인에게 편하고 만만한 당 대표가 되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하시는 거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서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후보(오른쪽)가 24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을 방문해 관계자와 함께 북항재개발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그는 부산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의도가 있다고 본다. 순수한 지지 표명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오 시장을 비판했다.

나 후보는 또 이준석 후보가 당 대표 지지율 1위를 기록한 최근 여론조사와 관련해 "이번 당 대표는 사실은 멋지고 예쁜 스포츠카를 끌고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 정말 짐을 잔뜩 실은 화물트럭을 끌고 좁은 골목길을 가야 된다"고 말했다.

'0선·초선'의 신진 후보들을 '예쁜 스포츠카'에, 중진 후보들을 '짐을 잔뜩 실은 화물트럭'에 빗대어 '신진 대표론'을 디스한 것이다.

그러자 김은혜 후보는 이날 SNS 글에서 "화물트럭도 성능이 좋아야 대선에서 사고가 안 생긴다"고 즉각 받아쳤다.

전대 관심은 '이준석 돌풍'이 본선까지 이어져 이변을 일으킬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관건은 70%에 달하는 당원 투표의 향배다. 연령대가 높고 영남 출신이 많은 당원들이 과연 이준석 후보에게 얼마나 마음을 줄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다.

30대 이 후보의 아킬레스건은 초선 의원 경험도 없는 탓에 제기되는 안정감 결여다. 특히 나이 많은 당원들 사이에서 "제1야당을 이끌고 갈 경론이 없는 것 아니냐"며 불신감이 만만치 않다.

공감과 논쟁 장성철 정책센터 소장은 "국민의힘 당원들이 '얼라' 같고 럭비공 같은 이준석 후보를 차기 당대표 적임자로 선택할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안정감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는게 급선무"라고 했다. 장 소장은 최근 60대 당원들을 만나 얘기해보니 이들 상당수가 "이 후보가 대표가 되면 좋은 것 아니냐"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22일 이 후보를 만나 "본선에서 안정감을 당원들에게 어떻게 심어줄 수 있을지 고민해보라"고 조언했다고 소개했다. 이 후보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자신있게 답했다고 한다.

이 후보는 대구로 내려가 앞으로 2주간 영남권에 머물며 영남권 '당심'을 잡을 계획이다.

전대 표심 바로미터는 26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예비경선 컷오프 결과다. 당 선관위는 26일부터 이틀간 당원 선거인단 50%, 국민 여론조사 50%의 비율로 조사를 해 27일 5명의 본경선 진출자를 발표한다.

이 소장은 "이준석 후보가 예비경선 결과 1위를 차지하면 본경선에서 돌풍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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