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잃은 개들의 엄마로…다국적기업 CEO의 극적 변신
이준엽
joony@kpinews.kr | 2021-05-21 08:55:40
식용 사육장 주인 설득해 모두 구조
"유기견에 대한 인식 바꾸도록 노력"
어릴 때부터 강아지가 좋았다. 반려동물을 위한 삶은 오랜 꿈이었다. 다국적기업 CEO 송인선(41) 씨가 동물보호가로 극적 변신을 한 이유다. 특별한 계기 같은 건 없었다고 했다. 나이 마흔에 미련없이 '주인 없는 개들의 엄마'로, 인생을 바꿨다. 운명 같은 것이라고 송 씨는 말했다.
"유기견은 늘어나는데 보호소는 매년 줄어들어요. 애들이 너무 불쌍했어요. 누군가 앞장서서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변신엔 진통이 따랐다. 무엇보다 부모님의 반대가 극렬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던가. "지금은 제 진심을 이해하시곤 이제는 적극 지지해주신다"고 송 씨는 말했다.
송 씨는 글로벌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 코리아' 총괄 임원, 위워크와 유사한 홍콩기업 '디 이크제큐티브 센터' 한국 지사장을 지낸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다. 지금은 동물 구조 목적으로 설립된 '동물과 공존하는 세상(이하 동공세)'의 대표를 맡고 있다.
송 대표는 일주일에 두 번 서울 마포에서 충남 당진으로 간다. 그곳에 송 대표의 일터, 유기견 돌봄 시설이 있다.
"개들을 식용으로 판매하는 사육장에서 아이들을 구출하면서 시작했어요. 사육장 주인은 돈을 벌어 요양원을 짓겠다는 목표로 8년 간 개들을 키우셨다고 하더군요. 개를 싫어하는 분도 아니어서 주인 할아버지를 매주 두 번씩 방문해서 아이들을 포기하시도록 설득했고 할아버지도 노력을 인정해주셔서 포기각서에 서명을 해주셨어요."
당진의 유기견 돌봄 시설에는 대략 50 마리의 개들이 구조돼 보살핌을 받고 있다. 동공세는 올해 4월에 동물자유연대와 포스코 건설의 도움을 받아 기존 사육장을 철거하고 새로 돌봄 시설을 지었다. 동공세는 당진에서 시작한 모임이라 처음에는 '동물과 공존하는 당진'으로 이름을 지었다가 최근 비영리법인을 설립하면서 '동공세'로 이름을 바꿨다.
"떠도는 들개들도 사실은 들개가 아니에요. 버려진 아이들이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사람의 손을 안 타면 들개가 되는 겁니다. 들개라는 낙인이 찍혀서 포획되고 안락사를 당하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세상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어서 회원들과 논의해 동공세로 바꾸게 됐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반려동물들을 보고 자랐어요. 반려동물과 관련된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최근 버려지는 유기견들은 매년 늘어나는데 유기견 보호소는 계속 줄어들고 있어요. 이런 심각한 문제를 알고 있어서 나의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어요."
송 대표는 회사를 그만둔 뒤 바로 반려동물 행동 자격증 등 여러 관련 자격증을 따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동물보호 관련 봉사활동을 하며 경험을 넓혔다.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란 봉사단체가 있는데요, 이 곳에서 재능기부를 해줘서 마흔 마리나 되는 아이들의 중성 수술을 마쳤어요. 이미 임신한 어미견의 아기들은 국내에서 빠르게 입양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동공세의 목표는 올해 안에 구조한 아이들을 모두 좋은 가정으로 입양 보내는 것.
"이미 다 큰 아이들은 국내에서 입양을 보내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큰 아이들도 인기를 끕니다. 그래서 해외단체들과도 협업해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을 보낼 예정입니다."
송 대표는 동공세 활동 외에도 개인적으로 사비를 들여 동물을 구조한다고 했다.
"지나가다 보면 아픈 친구들이 눈에 보여서 구조하는 일이 많아요. 한 아이는 옴에 걸려서 다리를 절단할 뻔 했는데, 수의사를 설득해서 치료를 받게 했어요. 수술 후 4개월 간 입원 끝에 아이는 건강하게 퇴원했고 좋은 곳으로 입양 보냈습니다. 버려진 아이들은 열 마리 중 한두 마리만 살아남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요."
주한글로벌기업대표이사협회의 홍보국장도 역임하고 있는 그는 협회 내에 동물보호소모임에서도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외국계 기업 대표 혹은 한국 지사장분들도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아 회장을 맡았다. 앞으로 봉사활동을 활발히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유기견들도 늘어나는데, 이들을 보호할 공간이 줄어드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유기견들도 반려동물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많이 알리고 행복한 삶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KPI뉴스 / 이준엽 인턴기자 joon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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