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억측 부추기는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 보도

장은현

eh@kpinews.kr | 2021-05-10 17:19:24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과 관련해 친구 A 씨를 잠정적 용의자로 설정한 듯한 기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신발 왜 버렸나", "친구, 변호사와 함께 와" 등 고 손정민(22) 씨의 아버지인 손 현(50) 씨의 주장을 경쟁하듯 보도하는 양상이다. 

 

대중도 동조하고 있다. 관련 기사의 댓글에는 A 씨가 범인인냥 비난 의견이 많다. "A 씨의 말은 누가 봐도 살인자의 핑계다", "경찰과 한 패 아닌가?" 라는 등의 댓글이 여과 없이 달리고 있다.

 

현재 이 사건은 경찰 내사가 한창이다. 고인과 함께 있었던 친구 A 씨와 그의 아버지는 9일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유족의 입장을 전하고, 수사 당국에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다. "술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정민 씨의 자살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A 씨의 진술과 A 씨 가족의 대응이 의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버'하면 안된다. 섣부른 의심으로 쓴 기사가 대중에게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 A 씨, A 씨 가족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개인 정보가 떠돌기도 했다. A 씨가 누구의 아들이다, 아버지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다 식의 미확인 정보가 댓글 창을 어지럽힌다. 잘못된 정보로 공격의 대상이 된 한 병원에서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기자협회의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은 '공익이 우선하지 않는 한 모든 취재 보도 대상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언론의 전형적인 상업성 기사가 애꿎은 피해자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도진기 변호사는 지난 6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의 부실 수사를 감시하는 차원이라 하더라도 지금의 언론 보도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팩트가 확인이 안 된 상황에서 정황만으로 추론을 펼치는 것이 언론의 공적 역할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억측은 억측을 낳는다.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분노는 언론에 사냥당한 특정인에게 집중된다.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의 A 씨만이 그 대상이 되리란 법은 없다. 


KPI뉴스 / 장은현 인턴기자 eh@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