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 또 바꾸자는 친문…與 대선경선 연기 내분 자초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1-05-07 10:39:54
이재명계 "특정인 배제 위한 시간벌기" 일제히 반발
재보선 참패 원인 당헌 개정, 또하면 국민 불신 확산
'노무현 전통' 계승한다는 친문, 원칙 훼손 이율배반
더불어민주당이 내분에 빠져드는 조짐이다. 대선후보 경선 시기를 둘러싼 이해 충돌이 원인이다.
비문 이재명 경기지사를 뺀 대선주자와 친문 세력은 경선 연기를 원한다. 선두 주자인 이 지사를 따라잡을 시간이 필요해서다. 당연히 이 지사는 정반대 입장이다. 차기 대권이 걸린 만큼 사생결단식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
친문 핵심 전재수 의원과 군소주자 김두관 의원이 6일 선공을 날렸다. 특히 김 의원은 정세균 전 총리와 만난 뒤 경선 연기론을 꺼냈다. 총대를 멘 것이다.
이 지사측은 7일 공개 반격에 나섰다. 두고 보다간 끌려갈 수 있어서다. 전선이 불붙는 양상이다.
이재명계 의원들이 잇따라 나섰다.
민형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경선 연기론에 대해 "선거를 공학으로만 접근하는 하책"이라며 "자해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민 의원은 또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가 입장을 명백하고 분명하게 정리해주고 당원들은 당 지도부 결정에 따라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빨리 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으름장을 놨다. TBN(경인교통방송) '출발 경인대행진'과의 인터뷰에서 "특정인을 배제하고 다른 후보를 키우기 위한 시간벌기가 아니냐는 프레임에 말려들어 본선에서 굉장히 위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의원은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는 '왜 저러느냐, 왜 당헌 바꾸느냐', 그렇게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일(내년 3월9일) '180일 전'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당헌을 맞추려면 늦어도 6월부터는 경선 일정에 돌입해 9월 초까지 후보를 뽑아야 한다.
이 일정을 두 달여 늦춰 최종 후보 확정을 11월 초에 하자는게 친문 진영의 요구다. 전재수 의원은 코로나19 집단면역과 경선 흥행을 이유로 들었다. 반면 이 지사측은 정 전 총리나 김경수 경남지사 등에게 추격 기회를 주기 위한 의도라는 의심이 강하다.
대선후보 경선 시기를 늦추려면 당헌을 고쳐야한다. 그만큼 폭발력과 인화력이 크다. 계파 갈등에 따른 내분 뿐 아니라 국민 불신과 반감도 번질 수 있다. 여당이 또 스스로 원칙을 허무는 모양새로 비치기 때문이다. 이 지사측이 "원칙을 망가뜨리는 건 명분도, 실리도 없다"고 반격하는 이유다.
당헌은 당의 헌법과도 같다. 당헌 준수는 당무 운영의 원칙이다.
민주당은 그러나 자신들의 귀책 사유가 있었던 4·7 서울·부산시장 보선을 앞두고 당파적 이해를 위해 당헌을 바꾸며 무리하게 공천했다. 선거 패인으로 명분 없는 당헌 개정과 공천이 꼽히는 이유다. 이를 주도했던 이낙연 전 대표는 참패 '책임론'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정 의원은 "헌법이나 당헌이나 법률이나 지키라고 만들어졌기에 정말 이례적인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당헌은 준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표 브랜드는 '원칙'이다.
"원칙이 승리하는 역사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이것이 나의 간절한 소망이자 정치를 하는 이유이다."
'노무현이 만난 링컨'에 나오는 대목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직접 쓴 링컨 자서전에서 원칙에 대한 소명 의식을 누차 강조했다.
친문 진영은 '노무현 유산'을 계승한다고 자부한다. 친문이 경선 연기를 위해 당헌을 또 바꾼다면 이율배반이라는 비판에 처할 수 있다.
송영길 대표는 대선 후보 경선 관리를 총괄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그는 앞서 경선 연기론에 대해 "특정 후보에게 불리하게 룰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의견을 잘 수렴해 논의하겠다"고 했다. 송 대표가 신속히 당헌 준수 원칙을 재확인하는 것이 내분의 불씨를 예방하는 길이다. 송 대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당의 관계자는 "재보선에서 참패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당헌을 또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 민심 회복은 정말 어렵게 된다"며 "친문 세력이 당파적 이해를 위해 논란을 자초한다면 대선 승리는 물건너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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