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용산구 '재벌동'…대한민국 부동산 정책 '무풍지대'

탐사보도팀

tamsa@kpinews.kr | 2021-04-30 14:37:10

[연재] 재벌가 '남산캐슬' 대지각변동 - ⑩ 연재를 마치며
100억대 대저택 '수두룩'...두 채 이상 보유 재벌도 '여럿'
삼성의 25년 전 한남동 땅 매입 'H프로젝트' 현재진행형

UPI뉴스는 지난 14일 '한남동 재벌가 大지각변동…"회장님 댁은 공사 중!"' 기사를 필두로 '재벌가 '남산캐슬' 대지각변동' 연재를 시작했다. 30일까지 보름 동안 격일로 모두 10회를 보도했다. 지난 3월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과 이태원동 일대 부촌의 부동산 등기부등본 열람을 시작으로 취재에 들어간 지 두 달 만에 일단락 지었다.

이번 연재 기사는 지난 2월 말 서울 한남동에 있는 한 재벌가 취재차 그 동네에 들렀다가 발화했다. 재벌가가 밀집한 그곳은 여기저기 공사판이었다. 공사가 진행 중인 주소지 몇 곳을 확인해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뗐다. 다 재벌가였다. 거기서 이번 연재기사 기획이 비롯됐다.

집값 폭등이 대한민국 최대 이슈인 상황이기도 했다. 재벌은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사는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재벌가에도 영향을 끼치는지 등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 취재와 보도였다. 취재 대상은 서울 한남동과 이태원동 이른바 '남산캐슬'에 사는 대한민국 대표 재벌들의 부동산으로 국한했다. 남산캐슬에 부동산을 보유한 재벌가 '부분'으로 대한민국 '전체' 재벌가를 파악하거나 평가할 순 없다. 하지만 큰 윤곽은 그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 서울 이태원동 구본상 LIG 회장 자택 [탐사보도팀]

취재 결과, 남산캐슬은 '딴 세상'이었다. 대저택 외관부터 위압적이다. 집 크기도 크기지만 높다란 담장은 집주인 권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게 한다. 집값도 100억 원대는 수두룩하다. 200억 원을 훌쩍 넘는 대저택도 여러 채다. 서민은 범접할 수 없는 세상이다.

돈 많은 재력가라 해서 누구나 남산캐슬 주민증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재벌 반열에 올라야 '당당히' 남산캐슬에 입성할 자격이 주어질 거란 얘기다. 속된 말로 웬만한 명함 내밀어선 무시당하기 십상인 동네다.

3~4년 동안 공시가만 수십 억씩 올라

혹자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이나 이태원동이 아닌 서울 용산구 '재벌동'으로 행정구역명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대저택은 저마다 내밀한 역사가 있다. 재벌 창업주부터 '다이아몬드 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재벌 2·3세, 아버지나 할아버지 찬스로 막대한 부(富)를 대물림 받은 2030세대 등이 남산캐슬 소유주 명단에 올라있다.

한 재벌 집엔 해당 재벌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가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회사 경영 악화로 한 재벌 집은 은행 담보로 잡혔다. 자신의 회사가 소유한 대저택을 시세보다 훨씬 싼 헐값에 사들인 의혹을 받는 재벌도 있다. 세금을 줄이려고 자녀들에게 부동산 지분을 쪼개서 증여한 사례도 눈에 띈다. 또 소송에 휘말려 자택이 경매 절차를 밟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한 재벌은 신축 저택에 '공장용 대용량 배터리'를 설치했는데 그 구체적 용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재벌 가족끼리 부동산을 공유한 경우도 적지 않다. 부모와 자식이, 사돈과 사돈이, 친인척이 남산캐슬 지근거리에 옹기종기 모여 살기도 한다. 겉모습만 봐선 화목한 집안 같다. 물론 그 집안 속사정은 알 수 없다.

정치권력은 '유한'하고 재벌은 '무한'하다. 역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갖가지 부동산 정책이 백가쟁명처럼 쏟아졌다. 부동산 정책 기조는 부동산 가격 안정과 서민 주택 보급에 맞춰졌다. 문재인 정부는 1가구 1주택 기조를 특히 강조한다. "똘똘한 한 채만 보유하라"는 '경고'도 귀에 못이 박힌 말이 됐다.

하지만 남산캐슬 재벌에겐 마이동풍에 불과하다. 대저택을 몇 채씩 보유한 재벌이 여럿이다. 되레 현 정부 정책에 '무언의 저항'이라도 하듯 대저택을 새로 짓고 있는 거대 재벌들도 있다. UPI뉴스 취재 결과, 2021년 봄 남산캐슬 9군데가 신축 공사장이다. 여기는 연일 발표되는 전국 부동산 가격 상승률과도 무관한 무풍지대다. 3~4년 사이에 집값이 공시가로만 수십억 원씩 오른다. 실매매도 거의 없다. 재벌들이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남산캐슬에 저택을 여러 채를 갖고 있는 재벌들은 그걸 왜 갖고 있을까. 물론 하루씩 돌아가면서 잠자리를 바꾸는 것을 아닐 것이다. 자신의 살림살이용 주택도 아닐 것이다. 긍정적으로 표현해 '투자' 부정적으로 '투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뿌리깊은 부동산 불패신화도 무시할 수 없을 터다. 우리 헌법에 내포된 '토지공(公)개념'은 '공(空)개념'일 뿐이다.

▲ 서울 '남산캐슬' 재벌가 소유 부동산 [그림 김상선]

UPI뉴스, 다른 재벌가 '캐슬' 취재 예정

1990년대 중반 삼성은 'H프로젝트'를 가동했다. H는 한남동의 영어 첫 글자. H프로젝트는 한남동과 이태원동 일대 부동산을 매입하는 기획이었다. 부동산 매입 주체는 이건희 회장 가족뿐 아니라 삼성 계열사도 포함됐다. 그로부터 25년 정도 흘렀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진행형이다. 삼성 일가와 계열사가 보유한 남산캐슬 부동산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세계가(家)도 합류한 모양새다. 이들 범(凡)삼성가를 주축으로 남산캐슬 재벌들은, 그들만의 성(城)을 공고히 구축해가고 있다.

UPI뉴스는 향후 '남산캐슬' 재벌가가 아닌 다른 '캐슬'에 사는 재벌가도 심층 취재할 예정이다.

KPI뉴스 / 김지영·조성아·조현주·남경식 기자 tams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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