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바네르지 교수 "기본소득은 평생약속…일회성 팬데믹 처방 아냐"

강혜영

khy@kpinews.kr | 2021-04-28 14:35:25

2021년 기본소득박람회서 '코로나 팬데믹 시대, 기본소득의 확산' 주제 연설
기본소득이 사람을 더 나태하게 만든다는 주장에 대해선 "근거 없는 주장"

"기본소득을 팬데믹의 해결책(Solution)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팬데믹으로 경제활동이 중단되면 보장을 받을 수 있는 보상 체계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게 기본소득이 돼야 하는지, 다른 보편적인 프로그램이 돼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제학부 교수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기본소득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기본소득은 위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지급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경제가 봉쇄된 상황에서 지급된 기본소득으로 창업 등 투자에 나설 경우 오히려 더 큰 손실만 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바네르지 교수는 일회성 현금 보편지급과 기본소득을 결합하는 등의 방식으로 기본소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을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박람회'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경기도청 유튜브 캡처]

바네르지 교수는 28일 열린 경기도 주최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박람회' 국제 콘퍼런스 개막식에서 '코로나 팬데믹 시대, 기본소득의 확산'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기본소득의 특성과 관련해 "모든 사람은 기본적인 생활 수준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소득이 있어야 한다"면서 "'기본'이라는 것은 그 나라에서 수용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소득의 두 번째 특성으로는 '무조건적'이라는 점을 꼽았다. 바네르지 교수는 "다른 소득이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본소득은 평생의 약속이라면서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바네르지 교수는 기본소득 왜 도입돼야 하느냐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덕적 측면과 효율성의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바네르지 교수는 "도덕적 측면의 논리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인정받는 직업의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사회의 웰빙에 기여하고 있다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업주부 역시 사회에 기여하지만, 급여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언급했다.

효율성에 대해서는 특정 대상을 선정해서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복지 프로그램은 데이터의 품질에 의존해야 하며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정적 부담과 관련해서는 "GDP의 10%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면서 "다른 정규 프로그램 50개를 중단하고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등 어떤 방법으로 지불하느냐에 따라 비용을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이 사람을 더 나태하게 만든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케냐 등지에서 진행 중인 실험을 언급하면서 "증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제학부 교수가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박람회'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경기도청 유튜브 캡처]

바네르지 교수는 "그러면 기본소득을 그냥 시행하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제가 드릴 수 있는 잠정적인 답변은 '맥락에 따라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물 지급 등 정책 실행 역량이 부족하거나, 선별 지급 대상을 선정할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가 부족한 경우에는 기본소득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타겟팅이 중요한 상황에서 기본소득의 가치는 떨어질 수 있다. 한국, 미국 등과 같은 국가에서는 데이터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무역개방 등과 같은 정책 변화에 취약한 계층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바네르지 교수는 팬데믹 상황에서는 그동안 빈곤층에 속하지 않았던 사람이 빈곤층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팬데믹으로 경제활동이 중단되면 보장을 받을 수 있는 보상 체계가 있느냐는 것"이라며 "그게 기본소득이 돼야 하는지, 다른 보편적인 프로그램이 돼야 하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곧바로 작동할 수 있도록 스위치가 켜져야 한다"면서 "자금을 항상 보내야 할지 여부를 떠나 최소한 효과적으로 현금을 보낼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바네르지 교수는 "나는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팬데믹과 같은 상황의 해결책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I don't think one should think of UBI as being a solution to something like a pandemic)"고 강조했다.

기본소득이 팬데믹 상황에 대한 대응을 위해 이상적으로 구상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안정적인 상황에서 지급돼야 창업 등에 기본소득을 사용할지 고려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팬데믹 상황에서는 오히려 기본소득을 지급받아 창업 등 투자에 나선 경우가 투자를 하지 않은 경우보다 더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바네르지 교수는 "유연성은 기본소득이 추구하는 바가 아니다"라면서 "일회성 현금 지급 프로그램을 기본소득과 조합해 균형 있는 현금 지급 파이프라인을 설계하는 등 기본소득을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브히지트 바네르지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제학부 교수로 인도계 미국인 경제학자이다. 2019년에 지구촌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험적 접근 방법을 활용해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에스테르 뒤플로, 마이클 크레이머와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뒤플로와 바네르지는 공동으로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라는 저서를 펴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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