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kg 호랑이 돌진하더니 어깨 '콱'…'구사일생' 사고 전말
조채원
ccw@kpinews.kr | 2021-04-27 18:05:57
"호랑이가 다가오는 줄도 몰랐네요." 지난 25일 병상에서 중국 중앙방송(CCTV)과 인터뷰한 리춘샹(李春香) 씨는 이틀 전 아찔했던 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목숨을 건진 걸 천운이라 여기면서도 왜 하필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23일 오전 6시, 헤이룽장(黑龙江)성 미산(密山)시의 한 마을에 야생 호랑이가 출몰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하지 못한 주민 리 씨는 오전 10시 경 평소처럼 밭에서 땔감을 줍고 있었다.
"차가 제게 가까이 오는 것 같아 시선을 옮겨보니 눈앞에 호랑이 머리가 있더군요. 보자마자 몸이 굳어졌고 호랑이는 그대로 절 덮쳤죠." 그는 호랑이가 다가오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다만 한 자동차가 찻길로 가지 않고 자기가 있는 밭 쪽으로 돌진하는 걸 의아하게 여겼다고 했다.
꼼짝없이 죽는 줄만 알았던 그때 어찌된 일인지 호랑이는 자신을 한 차례 공격한 뒤 으르렁거리며 도망쳤다. 몹시 놀라 넋을 놓은 순간 그는 "내 차를 타라"고 소리치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리 씨를 향해 차를 몬 사람은 마침 길을 지나가던 쑹시궈(宋喜国) 씨였다. 그는 멀리서 커다란 물건이 빠르게 사람에게 돌진하는 것을 발견했고, 호랑이라는 것을 알고도 리 씨를 구하러 온 것이다.
"호랑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저도 다리가 벌벌 떨렸어요. 하지만 차를 몰고 가면 호랑이를 놀라게 해 쫒아버릴 수 있을 것 같았죠. 사실 새로 산 차였지만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것 외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라고 회상한다. 그는 자칫하면 '호랑이 밥'이 될 뻔한 리 씨를 구했을 뿐만 아니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에 데려다줬다.
호랑이에게 물리고도 "당시에는 아픈 줄도 몰랐는데,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면서 어깨 쪽에서 나는 피를 발견했다"는 리 씨. 그는 오른쪽 어깨 부분에 근육 손상이 손상됐고 다섯 군데의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정도의 부상이었다. 사건 다음날 수술을 마친 리 씨는 현재 건강한 상태로 회복 중이다.
한편 리 씨를 다치게 한 호랑이는 마을 이곳저곳을 배회하다 이날 오후 9시경, 마취주사 다섯 발을 맞고 포획됐다. 호랑이는 2~3세가량 된 수컷으로 길이는 2m, 몸무게는 225kg이었다. 이 수컷 호랑이에게는 발견된 곳 인근의 산 이름을 따 '완다산(完达山) 1호'라는 이름이 붙었다.
알고보니 완다산 1호는 시베리아 호랑이의 아종인 둥베이(东北)호랑이다. '백두산(한국)호랑이', '아무르호랑이'로도 불린다. 국제적인 멸종위기 1급 동물에 속하는 둥베이호랑이는 중국에서도 '국가 1급 보호동물'로 지정돼있는, 귀하신 몸이다.
헤이룽장성 동물검사검역당국은 완다산 1호를 45일간 격리 관찰하면서 수면과 호흡, 배변 상태 등을 기록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이 호랑이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우리에서 24시간 감시를 받는 신세가 됐다. 당국은 이 호랑이의 '감옥살이 영상'을 공개했는데, 자신이 저지른 일에 무심한 듯 여유롭게 뒹굴며 먹고 노는 호랑이의 모습이 누리꾼들의 미움과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리고 26일 오전, 미산시는 쑹 씨 등 '용감한 시민' 2명에게 '정의를 위해 용감히 나섰다'는 영예와 함께 1인당 2만 위안(약343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고 그저 사람을 구할 생각이었다"고 수상 소감을 밝힌 쑹 씨는 포상금을 공익을 위해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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