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서울시장 보선 고전인데 잠룡들은 이미 대선의 계절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1-03-26 13:41:43
이번 선거보다 내년 대선 위해 낙인 지우기
다급한 이낙연, 다른주자들은 각자도생
논란 뒤 잠잠한 이해찬, 킹메이커 주목
더불어민주당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고전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들의 마음은 콩 밭에 가 있다. 열흘 쯤 남은 보선 판세보다 내년 3월 대선 셈법이 더 관심이다. 잠룡들에겐 이미 대선의 계절이 시작됐다.
임종석 '박원순 재평가' 공론화…노웅래 "대선판까지 보고 한 말"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영선 후보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20%p 안팎으로 뒤지고 있다. 오차범위를 한참 벗어난 열세다. 박 후보가 특히 20대 연령층에서 크게 밀리는게 눈에 띈다. 한 여론조사에선 오 후보의 20대 지지율이 박 후보보다 세 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남성에 이어 여성까지 여당에 등돌린 결과라는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파문이 되살아난 탓이 커 보인다.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여권 내 2차 가해 움직임이 화근이었다. '박원순 재평가' 주장은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박원순 찬가'를 거듭 불렀다. "가장 청렴한 공직자", "박원순 향기" 등등. 박영선 후보는 속이 터져 발언 자제를 요청했다. "선거에 도움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임 전 실장은 무시했다. 왜 하필 지금 박원순 예찬인가.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인 노웅래 최고위원은 "보궐선거만을 염두에 둔 게 아니고 대선판까지 보고 한 말"이라고 했다.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다. 노 최고위원은 "(대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그 발언 자체가"라고 설명했다.
임 전 실장은 박 전 시장 재임 기간이던 2014년 6월부터 1년 반 동안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대권 도전을 위해선 박 전 시장의 '복권'이 급선무다. 박원순 재평가론엔 대선을 염두에 두고 '성추행당' 이미지를 털어내겠다는 의지와 전략이 담겨있는 셈이다. 노 최고위원은 임 전 실장이 멀리 보고 큰 그림을 그리는 중이라고 판단했다.
임 전 실장 글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하승창 전 청와대 사회혁신수석, 조한기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문대림 전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 등이 '좋아요' 혹은 '슬퍼요'를 누르며 공감을 표했다. 박원순 재평가에 동조하는 여권 내 인사는 많다. 당 관계자는 "박원순이 파렴치범으로 남게되면 진보 진영 미래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 사람들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인) 박영선이 시장되는 걸 원하지 않나 보다"고 꼬집었다.
이낙연 읍소전략 구사…지지율 반전 위해 박영선 승리 절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다급한 처지다. 정체중인 대선후보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선 박 후보의 승리가 절실하다. 25일 직접 나서 "발언에 신중하라"고 임 전 실장에게 경고한 이유다.
또 박 후보 지원에 발벗고 나서 읍소전략을 구사중이다. "잘못을 통렬히 반성한다. 국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라고 호소한다. 판세가 여의치 않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선거지원하며 보폭 넓혀…이해찬·박영선 만나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박 후보를 만났다. 이 지사는 박 후보 공약인 '서울시민 1인당 10만원 보편적 재난위로금 지급'을 "정말 반가웠다"며 반겼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에 제약이 있는 처지에서 박 후보 측면 지원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이 지사는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문제 삼은 국민의힘을 성토했다. "'대통령부터 백신 맞으라'고 닦달하더니 정작 접종을 마치자 '특혜'를 운운한다"는 것이다. 이도 선거지원 일환으로 비쳤다.
이 지사는 "이 전 대표를 만나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지난 24일 한 토론회에서 '이 전 대표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 지사 관련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는데 최근 식사라도 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허허, 이 전 대표님은 저의 민주당 대선배이시고 해서 최근 편하게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말했다.
추미애 숟가락 얹나…틈나면 1위 주자 윤석열 때리기
대선 출마를 시사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틈새를 노리는 모양새다. 기회만 있으면 지지율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때리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민주주의 독초'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윤 전 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선두를 달리는 데 대해 "지금 당장은 여론 지지가 높다고 하지만 정치군인처럼 정치검사 역시 민주주의의 독초"라고 비난했다. 윤 전 총장 사퇴에 대해선 "정치에 참여를 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선 지지율이 좀 높다고 해서 마케팅용으로 쓴다든지 하면 책임을 반드시 국민이 물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해찬 킹메이커로 나서나…논란 발언 뒤 며칠째 잠잠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17~19일 친여 성향 유튜브 방송 등에 잇따라 출연한 뒤 며칠째 잠잠하다. 그는 당시 LH 사태와 관련해 "윗물은 맑은데 바닥에 가면 잘못된 관행이 많이 남아 있다", "선거 다 이긴 듯하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지지층 결집을 노렸으나 득보다 실이 크다는게 중평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대표에서 퇴임한 후 정치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선을 3주 앞두고 정치 전면에 나섰다. 왜 갑자기 구원투수로 등판한 건가.
이 전 대표는 '친문'(친 문재인 대통령)과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등 여권의 핵심 세력을 아우르는 원로다. 이 때문에 차기 대선에서 킹 메이커로 나서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당 안팎에선 이 전 대표가 이 지사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시각이 적잖다. 이 지사는 친문과 관계가 불편한데다 당내 세력 기반이 취약한 편이다. 이 전 대표의 지원을 받으면 여권 내 기반을 다지며 대세론을 굳힐 가능성이 있다. 그런 만큼 이 전 대표로선 킹메이커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다.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얘기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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