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직설] 야당에 '좀스럽다'는 문 대통령의 도량

UPI뉴스

| 2021-03-24 11:16:53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입니다."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의 페이스북 메시지다. 댓글만 1만9000여 개가 달렸고, 야당은 "국민에 대한 겁박"이라며 반발하고 나서는 등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다. 야당이 문 대통령 사저 부지의 농지에 대해 농지법 위반 의혹을 제기하자 이에 대한 입장을 올린 것인데, 논란의 핵심은 '좀스럽다'는 단어의 사용이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일에는 저렇게 화를 내는데 국민의 분노는 왜 공감하지 못하는가"라며 "LH불법 투기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국토부 장관은 사표를 쓰고 LH 간부가 극단적 선택을 한 날, 대통령은 본인의 사저 부지에 대한 문제 제기를 두고 '좀스럽다'고 짜증을 낸다. 실망"이라고 했다.

반면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과 보수언론들만 심술과 좀스러운 트집잡기를 계속하고 있다"며 "제발 비판을 하더라도 국격을 생각해서 하길 바란다"고 했고,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으면 그러셨겠는가?"라며 "선거를 앞두고 무책임한 정치 공세에 대해서 자제해달라는 인간적인 호소"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국민 분노엔 침묵, 자신 의혹엔 '좀스럽다'는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누구보다 선거에 올인해온 대통령이 '선거 시기라 이해는 하지만'이라며 남 얘기하듯 한다. 지켜보는 국민이 더 민망하다"고 했다. 반면 한겨레는 <본질 벗어난 야당의 '대통령 사저' 공격, 지나치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엘에이치 사태의 본질은 공직자가 개발정보를 이용해 땅투기를 한 것이다. 퇴임하고 농사를 짓겠다는 대통령과 엮을 문제가 아니다"며 "어떻게든 대통령을 망신 주겠다는 과도한 정치 공세는 이쯤에서 멈추기 바란다"고 했다.

이렇듯 양 진영이 팽팽하게 맞선 이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할까? 나는 '팃포탯(Tit for Tat)'을 떠올렸다. 팃포탯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처럼 상대가 자신에게 한 대로 갚는 맞대응 전략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야당의 문 대통령에 대한 반감과 분노가 쌓일대로 쌓였다는 뜻이다.

가깝게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문 대통령의 가덕도 방문 '선거운동'에 화가 났고, 멀게는 여당이 국회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다수결의 횡포'를 저지른 것에 화가 났다. 또한 문 대통령이 말로는 협치를 외치면서도 협치를 하기는커녕 야당을 무시하는 것에 화가 났다.

야당이 그렇게 쌓인 화를 푸는 방식엔 결코 동의할 수 없지만, 이런 상황을 초래한 데에 문 대통령이 져야 할 책임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무엇보다도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했던 다음 약속이 왜 부도가 났는지에 대해 성찰해야 하지 않을까?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합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습니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입니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습니다."

이 문제는 공감 능력과 연결된다. 문 대통령의 공감 능력에 대한 평가는 정치판이 그렇듯이 양극화돼 있다. 지지자들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하지만, 비판자들은 공감 능력이 약하거나 아예 없다고 말한다. 이런 상반된 평가가 어떻게 가능할까?

답은 간단하다.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문 대통령은 자기편이거나 갈등 요소가 전혀 없는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착하고 인자한 공감 능력을 보이지만, 자신이 보기에 적폐청산의 대상이거나 그럴 가능성이 농후한 사람들에겐 최소한의 역지사지(易地思之)마저 해주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그래서 문 대통령은 야당이 자신이 대해 분노하는 이유를 전혀 모르거나 악의적인 것으로 이해할 가능성이 높다. 이게 바로 '좀스럽다'는 표현이 나온 배경일 게다. '좀스럽다'는 "도량이 좁고 옹졸한 데가 있다"는 뜻일텐데, 문 대통령 자신의 도량은 어떠했는지 되돌아보면 좋겠다.

제21대 국회 개원축하 연설에서 "지금과 같은 전 세계적인 위기와 격변 속에서 협치는 더욱 절실합니다"라고 했던 만큼 이제라도 야당과의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 협치의 문을 열어주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좀스럽지 않은 정치'가 가능하지 않을까?

▲ 강준만 교수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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