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의 재도전' 오세훈 울먹이며 "마음의 빚, 일로써 갚겠다"

남궁소정

ngsj@kpinews.kr | 2021-03-23 11:35:10

서울시장 선거, 2006년·2010년 이어 세번째 도전
단일후보 수락 연설서 박영선 저격 "괴벨스식 선동"
安후보 향해 "정권 심판 전쟁서 내 손 꼭 잡아달라"

3전4기의 오뚝이 정치인 오세훈. 마침내 10년 설움을 끝내고 재기에 성공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 후보 티켓을 따낸 것이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23일 단일화 여론조사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그간의 소회와 포부를 밝혔다. 회견 중 감정이 북받친 듯 수차례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고 목소리는 떨렸다.

오 후보는 "시민 여러분께 진 마음의 빚을 일로써 갚을 수 있는 날을 고대해 왔다"라며 "분노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선택해준 여러분의 맘을 겸허히 받들겠다"라고 밝혔다.

▲ 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권교체 길 열라는 준엄한 명령 받들겠다" 서울 탈환 각오

그는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추진했다 사퇴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지난 10년을 무거운 심정으로 살아왔다"고 마음의 짐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 가슴 한편에 자리한 이 무거운 돌덩이를 이제 조금은 걷어내고 다시 뛰겠다"라고 다짐했다.

특히 "단일화로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 교체의 길을 활짝 열라는 시민 여러분의 준엄한 명령을 반드시 받들겠다"고 '서울 탈환' 각오를 밝혔다. 2006년과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했던 오 후보는 세 번째 당선을 위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물러설 수 없는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오 후보는 '내곡동 땅 셀프 보상 의혹' 등 연일 공세를 이어가는 박 후보를 향해 "괴벨스식 선전선동, 진실에는 눈감고 거짓만을 앞세우는 외눈박이 공세에 저는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다"라며 '명예로운 선거전'을 펼치자고 제안했다.

단일화 경쟁을 함께 펼쳤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겐 정권 교체를 위한 필승 의지를 함께 다지자고 했다. "우리는 단일화 전투에서는 대결했지만 정권 심판의 전쟁에서는 저의 손을 꼭 잡아달라"며 "무능하고 무도한 정권을 심판하는 데 제가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통큰 양보' 승부사 기질과 제1야당 프리미엄, 심판론 등 승인


오 후보가 안 후보를 꺾고 야권 단일후보에 오른 배경에는 제1야당 후보로서의 프리미엄, 정권심판론으로 기우는 서울 중도층의 전략적 판단, 오 후보 개인의 잠재력이 두루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서울시 공동운영' 제안, 여론조사 방식의 '통 큰 양보'까지 오 후보 특유의 승부사 기질도 주효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한때 안 후보에게 기대를 걸었던 이들의 표심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커진 정권심판론과 맞물리면서 조직력이 탄탄한 오 후보 쪽으로 이동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무상급식 주민투표 개표 무산으로 사퇴를 밝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11년 8월 26일 오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3, 34대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이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각광받는 블루칩→패배 전문 이미지→야권 중심축으로  

오 후보는 1961년 서울에서 1남 1녀 중 첫째로 태어났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시(26회)에 합격한 뒤 1991년 대기업을 상대로 맡았던 아파트 일조권 소송에서 승소하며 스타 변호사가 됐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거머쥐며 본격적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초선 시절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을 통해 기업의 정치자금 후원을 금지하는 소위 '오세훈법'을 주도해 주목을 받았다. 40대 개혁 기수로 당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2004년 임기 막판에 돌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아름다운 퇴장' 평가를 받았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꺾으며 45세의 나이에 서울시장 자리에 올랐다.

2010년 선거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접전 끝에 제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면서 각광받는 블루칩으로 부상했다. 중도보수를 아우르는 이념적 유연성과 '소통령' 두 번의 경륜·중량감.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에다 세련된 화술까지. 팬덤을 거느릴 정치적 자산과 인간적 매력이 넘쳤다. 일찌감치 잠룡 반열에 오른 이유다. 

2011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가 변곡점이 됐다. 투표율 미달로 개표가 무산되며 시장직을 반납했다.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6년 20대 총선,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당대표 선거, 2020년 21대 총선. 나가는 선거마다 말아먹어 '패배 전문' 이미지를 키웠다.

이제 야권 단일 후보 경쟁에서 승리해 지난 10년의 '정치 야인' 생활을 끝내고 서울시장 3선 도전의 길을 열었다. 범보수 진영의 대표로 우뚝 선 그는 본선에서 여당 박영선 후보와 맞붙는다. 오 후보와 안 후보는 단일화 전 공동선거대책위원회 운영을 약속한 만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25일 이후 안 후보가 오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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