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잣대로 공정성 의심받는 선관위, 존재 이유 훼손 자초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1-03-22 10:50:58

분홍 장미꽃은 흑백으로, 파랑 택시는 괜찮아
단일화 홍보물은 조사, 1번 캠페인은 "문제 없다"
박영선 10만원 공약, 시민단체가 고발
다수 친여 선관위원, 중립성 시비 불씨

중앙선관위가 정치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다. 여당과 야당에 '이중 잣대'를 적용한다는 논란이 확산중이다. 야당은 "선관위가 문관위(문재인+선관위)냐"며 연일 각을 세우고 있다. 4·7 서울시장 보선이 다가올수록 전선은 뜨거워질 전망이다. 선관위 존재 이유는 공정한 감독이다. 불공성 시비가 이어지면 존재 이유가 무색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가 자기부정을 자초하는 격이다.

파랑 택시와 분홍 장미꽃, 선거홍보물에 이중 잣대

선관위의 이중 잣대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우선 선거홍보물. 선관위는 지난 6일 서울 택시 150대에 서울시장 보선 투표 독려 홍보물을 붙였다. 국민의힘은 "홍보 문구 색상이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랑에 가깝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선관위는 "빛·각도 등에 따른 인식 차일 뿐"이라고 거부했다.

▲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월 유튜브에 올린 투표 독려 영상물. 배우 정우성씨가 든 분홍 장미꽃이 나흘 뒤 흑백처리됐다. [중앙선관위]


야당은 반격할 이중 잣대 팩트를 찾아내 지난 21일 공개했다. 선관위가 지난해 4·15 총선을 한달 앞둔 3월에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다. 유명 연예인들이 참여한 '총선 투표 프로젝트 영상'이다. 영상에서 정우성, 고소영, 고수 등은 분홍 장미꽃을 들고 투표를 독려했다. 그런데 나흘만에 장미꽃 색깔이 흑백으로 바뀌었다. 당시 "야당 색(미래통합당 핑크)과 비슷해 민주당 지지자들이 수정을 압박한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았다.
 
선관위는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모델들이 핑크색 장미를 들고 있고 배경이 핑크색이므로 특정 정당을 홍보·연상시킨다는 일부 민원(민주당 지지자)이 있었다"고 밝혔다. 외풍을 인정한 셈이다. 

선관위는 비정치권의 홍보 광고에도 이중 잣대를 들이댔다. 선관위는 일간지 4곳에 '김종인·오세훈·안철수님에게 고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오세훈·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결단을 요구한 시민에게 지난 19일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다. 야당이 "이 나라가 독재 국가냐"고 반발했으나 선관위는 "편파적인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친여 방송인 김어준 씨는 TBS의 '#1합시다' 캠페인을 위해 "일(1)해야죠", "일(1)합시다"라며 유튜브 구독을 독려하는 홍보영상을 송출해다가 고발을 당했다.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선거 기호 1번을 연상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선관위는 문제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에게 면죄부, 박영선 후보 10만원 논란엔 무대응 

선관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달 부산 가덕도 방문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 문 대통령은 당시 가덕도를 둘러보며 "가슴이 띈다"고 말해 선거 개입 논란이 일었다. 선관위는 그러나 "직무수행 활동 일환으로 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3월 "(열린우리당을) 국민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는 등 재임시 선거법 위반 논란을 자주 일으켰다. 선관위는 그때마다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 위반 결정을 내리는 등 네차례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선관위는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재난위로금 10만원 지급 발언을 내버려두고 있다. 그러자 시민단체 '클린선거시민행동'(대표 유승수·변호사) 등 17개 시민단체가 22일 서울시선관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 후보를 '선거인매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2021 서울지방선거장애인연대 후보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8월 박영수 선관위 사무총장(장관급)은 총선을 앞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선거에) 영향을 당연히 미쳤다고 본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10만원 공약'에 대해서도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 국민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원 9명 중 6명이 친여 성향…인적 구성부터 공정성 문제 

선관위는 인적 구성부터 공정성 시비의 빌미를 지녔다. 문 대통령은 대선 캠프 출신의 조해주 상임위원을 비롯해 이승택, 정은숙 위원을 임명했다. 권순일, 김창보 위원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조성대 위원은 민주당 추천 인사다. 선관위원 9명 중 6명 이상이 친여 성향이다.

특히 조성대 위원은 2011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지지하며 "만만세"라고 외쳤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 땐 언론 기고를 통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고 있다"고 했다. 김예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조해주 상임위원을 지명할 때부터 선관위 존재이유는 뿌리째 흔들렸을지 모른다"며 "민주당 선관위 오명을 벗고 싶거든 중립과 공정을 지키라"라고 촉구했다.

KPI뉴스 / 허범구 정치에디터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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