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광명·용인 신도시 도처에 '지분 쪼개기'…투기장 된 수도권
안경환
jing@kpinews.kr | 2021-03-12 14:39:05
안산신길2지구, 광명 학온지구는 전년대비 4~5배 증가
SK하이닉스 용인반도체클러스터는 도면 유출 의혹까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이 촉발한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정부 합동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용인 플랫폼시티와 안산 신길2지구, 광명 학온지구 등 경기도내 도처에서 일명 '토지 쪼개기'인 투기성 지분거래가 성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택지지구는 정부가 발표한 합동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3기 신도시여서, 3기 신도시 모두가 투기장화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토지 지분거래는 보상 기준일인 주민공람 공고일이나 개발계획 발표 직전 집중돼 사전 정보 유출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12일 용인시와 국토부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에 따르면 3기 신도시 용인 플랫폼시티가 발표된 2019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플랫폼시티 내 대토보상 목적이 의심되는 일명 '토지 쪼개기'인 지분거래가 65건에 달했다.
지분거래 평균면적은 206㎡, 전체 면적은 1만3202㎡이며 평균 면적 206㎡는 플랫폼시티의 대토가능 토지면적을 소폭 상회한 수준이다.
대토보상은 도시개발사업 시행자가 현금 대신 해당 지역에 공급되는 토지로 보상하는 제도로 녹지지역인 플랫폼시티의 경우 20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토지주가 대상이 된다.
이 가운데 약 81%인 46건이 주민공람공고일인 지난해 7월 1일 직전 3개월간 발생했다. 공람공고일은 보상대상자를 정하는 기준일이다.
지분거래 사례를 보면 토지주 B 씨는 2019년 7월 1050㎡를 2명에게 각각 840㎡, 210㎡씩 지분을 쪼개 소유권을 넘겼다. B 씨는 지난 3월에도 662㎡의 토지 지분을 C 씨 등 3명에게 221㎡씩 나눠 이전시켰다.
B 씨가 쪼개 넘긴 토지 일부는 맹지인 것으로 파악됐다. 맹지는 진입로가 없는 토지로 제값을 받기 어려울 뿐더러 평소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땅이다.
또 B 씨로부터 840㎡의 토지를 매입한 D 씨는 지난해 3~4월 다시 3명에게 210㎡씩 나눠 지분을 넘겼다.
공람공고일 직전 토지 쪼개기 사례도 발견됐다. E 씨는 공람공고 직전인 지난해 6월 29일 2075㎡ 토지를 10명에게 200여㎡씩, 또 다른 894㎡의 토지는 4명에게 204㎡~230㎡씩 쪼개 각각 소유권을 이전시켰다. 보상 기준일인 주민공람공고일 2일을 앞두고 행해진 거래다.
지분을 사들인 이들 중 상당수는 원주민이 아닌 외지인이다. 대토보상 목적의 투기성 토지거래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지분거래를 한 B 씨와 일부를 사들인 C 씨 등은 시가 2019년 3월 플랫폼시티의 원활한 개발을 위한 주민 소통 및 정보공유를 위해 구성한 소통추진단 소속인 데다 플랫폼시티 사업구역 내 한 보상대책위원회 임직원이기도 해 정보 유출 등의 의혹을 사고 있다.
시는 아직까지 보상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로 올 하반기 중 수립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보상계획 수립에 대한 내부 논의를 진행 중으로 토지 보유기간 등 최대한 원주민에 피해가 없도록 한다는 게 시의 방침"이라며 "일부에서 지적되고 있는 소통추진단 역시 구성원 조정 등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민 A 씨는 "사업부지 내 대토보상 부지 규모는 약 3만9000㎡로 전체의 13% 수준에 불과한 반면, 대토를 받아야 할 원주민은 900명 수준으로 이들이 보유한 토지는 평균 1400㎡"라며 "여기에 추가 30%까지 대토를 요청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모두 132만2000㎡에 달한다"고 말했다.
A 씨는 이어 "원주민 조차도 대토보상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이어서 투기 세력의 토지 쪼개기를 인정하면 피해는 결국 원주민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 신길2지구나 광명 학온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9년 5월 부천 대장·고양 창릉지구 등과 함께 3기 신도시 계획으로 발표된 안산 신길2지구(74만6000㎡)가 들어설 신길동의 경우 발표 직전 3개월간 45건의 토지 쪼개기가 이뤄졌다.
월 평균 15건의 토지 지분거래가 발생한 것인데, 전년도인 2018년 월평균 토지 지분거래는 3건에 불과했다. 5배나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광명 학온지구(68만3000㎡)가 조성되는 가학동 역시 직전 3개월인 2019년 2~4월 94건으로, 월평균 31.3건의 토지 지분거래가 이뤄졌다. 전년도 월평균 토지 지분거래는 8.3건이다.
이런 이유로 용인시청 안팎에선 2019년 개발도면 유출 의혹이 번진 SK하이닉스 용인반도체 클러스터 일원까지 전수조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24년까지 415만㎡ 규모의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는 용인 원삼면 일원은 2019년 초 개발도면이 사전 유출돼 수년 전부터 투기세력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당시 원산면 고당리 일원 토지 매매 건수만도 2018년 122건으로 전년 55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고, 농지 거래도 2017년 18건에서 43건으로 2.38배나 늘었다.
플랫폼시티 주민대책위원회와 원삼면 원주민대책위원회는 오는 18~19일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시에 전수조사를 요구할 계획이다.
KPI뉴스 / 안경환 기자 ji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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