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 안녕~ 네가 있어 행복했어"…눈물의 '반려견 장례식'

장기현

jkh@kpinews.kr | 2021-02-19 13:40:28

펫인구 천만시대…이별후 찾아오는 ''펫로스 증후군'
"충분한 애도가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는 시작점"

지난 18일 오후 2시 경기도 광주의 한 반려동물 장례식장. 3번 화장장에 불이 붙기 시작하자 김소연(가명·29) 씨가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니는 슬쩍 눈물을 훔쳤고, 아버지는 손을 흔들었다. 김 씨는 화장 절차에 앞서 이미 한바탕 눈물을 쏟은 터였다. 화장에 앞선 추모식에서 염습한 티파니의 처연한 모습에 그만 눈물샘이 터진 것이다.

" 티파니, 안녕~ 네가 있어 행복했어. 거기서 뛰어놀고 있어." 김 씨 가족은 그렇게 눈물로, '무지개다리'를 건너 한줌 재가 되어가는 반려견 티파니를 배웅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 '티파니'는 19년을 살았다.

두 시간 지나 김 씨에게 청자 유골함이 건네졌다. 김 씨는 유골함을 가슴에 꼬옥 안고 용인 집으로 향했다. 작년 작별한 '리키'(닥스훈트, 17살) 유골함도 납골당이 아니라 집에 안치한 터다. 티파니와 리키는 '우애'가 돈독했단다. 생전의 모습으로 둘이 다시 만나 뛰어놀 거라 생각하면 조금 위안이 된다고, 김 씨는 말했다.   

▲ 지난 18일 경기도 광주 반려동물 장례식장 화장장에서 김소연(가명·29) 씨 가족이 반려견 '티파니'를 떠나보내고 있다. [문재원 기자]

"떠나보내는 날까지 잘해주세요. 후회하지 말고"

리키가 그랬듯 김 씨에게 티파니는 가족이자 친구였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함께 자랐다. 

"원래 25~30kg 정도 나가던 아이가 서서히 몸무게가 줄었어요. 죽기 전에는 17kg더라고요. 먹어도 살이 안찌고..." 김 씨가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병원에서도 '언제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늘 준비는 하고 있었기 때문에 괜찮을 줄 알았는데…"

티파니가 숨을 멈춘 건 당일 오전 10시. 사후 기초수습을 진행하고 바로 장례식장에 연락해 예약을 잡았다. "작년 리키가 떠났을 땐 우왕좌왕했었다"고 김 씨는 회상했다.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반려동물의 죽음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를 건넌 뒤 사람이 겪는 상실감과 우울감을 말한다. 그래서 반려동물의 경우도 장례식은 '산 사람을 위한 예식'이기도 하다. 김 씨도 " 장례식을 통해 상실감과 우울감을 치유할 수 있었다"고 했다. 
         
"마지막 떠나보내는 날까지 잘해주세요. 후회하지 말고." 기자도 강아지를 키운다고 하자 김 씨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 지난 18일 경기도 광주 한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 장례지도사들이 '티파니'의 장례를 진행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 강성일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문재원 기자]

"충분한 애도가 펫로스 증후군 극복의 시작점"

사람이나 동물이나 이별은 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안녕, 우리들의 반려동물 : 펫로스 이야기'의 저자인 강성일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UPI뉴스에 "이별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며 반려동물에게 후회없이 사랑을 표현하고 마지막을 지켜봐주길 당부했다.

"자식처럼 키운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는데 슬픈 게 당연합니다. 잘 키웠던 것만큼 잘 떠나보내면 됩니다. 그래서 저는 '72시간'이 중요하다고 항상 강조해요. 사람은 죽으면 3일 동안 장례를 치르지만, 반려동물은 6시간도 안 걸립니다. 이 시간 동안 가족들이 충분히 애도하는 것이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해요."

강 지도사는 반려동물을 잘 떠나보내려면 마지막까지 보호자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이 사망했을 경우 사후 기초상황 수습도 보호자가 해야 할 일이다. 먼저 숨이 멈췄는지 알아보기 위해 맥박, 심장박동, 숨소리 등을 확인해야 한다.

"사후 경직이 시작되면 이빨이 혀를 눌러 피가 날 수 있으니, 반려동물의 혀는 입 안쪽으로 넣어주고 이빨 사이에 위생 거즈를 물려 주는 등의 기초수습 방법을 사전에 배워 두는 것이 좋습니다."

▲ 경기도 광주 반려동물 장례식장 납골당 모습. [문재원 기자] 

동물 사체는 '폐기물'…"국민정서 따라 법문 삭제해야"

펫인구 천만 시대다. 반려동물 장례식은 점점 확산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법과 제도는 이런 흐름과는 동떨어져 있다. 관련 현행법은 동물 사체를 '폐기물'로 분류하고 있다.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려도 된다는 얘기다. 

'반려인'들의 의식도 아직은 뒤떨어진 상태다. 2017년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국민의식조사에서 반려인 4명 중 1명(24%)은 '반려동물이 죽으면 주거지나 야산에 매립하겠다'고 답했는데, 이는 불법이다.

그래도 변화의 흐름은 엄연하다. 강 지도사는 "더디지만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아직은 반려동물 장례문화가 국내에 뿌리깊이 안착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국민 정서를 고려해 동물 사체를 폐기물로 지정하는 법문만이라도 삭제하는 등의 현실적인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 지난 18일 경기도 광주 반려동물 장례식장 납골당을 찾은 추모객들. [문재원 기자] 

 

광주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선 하루 평균 15~30건의 장례식이 진행된다. 장례지도사의 안내에 따라 장례가 진행되며 절차는 사망확인-염습-추모-화장-유골 확인 순이다. 유골함은 자택으로 인도하거나 납골당에 안치할 수 있다.

반려동물을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화장하고 난 유골을 가공해 스톤으로 제작하기도 한다. 비용은 30만 원부터 100만 원이 넘는 금액까지 다양하다. 강아지의 무게에 따라서도 비용은 달라진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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