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별로 떠난 '동네고양이 대모'

김진주

perle@kpinews.kr | 2021-02-16 12:21:51

장양숙 마동친 전 대표, 암 투병 끝에 별세
서동행 대표 "마동친과 연대해 동물권 제고에 힘쓸 것"

장양숙 마포구동네고양이친구들(이하 '마동친') 전 대표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4일 새벽,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62세.

"병석에서도 늘 밝고 씩씩하셔서 일어나실 줄만 알았는데…. 세상 떠나면 고양이별에서 영원히 아이들 돌보고 싶다던 말씀이 생각 나 계속 울었어요."

16일 마동친의 대표 겸 매니저 조(40대, 아현동) 씨가 눈물을 머금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비를 들여 화환을 마련할 만큼 장 전 대표와 각별했던 그는, 장 전 대표가 쓰러진 이후 그의 빈자리를 채워왔다. 2017년 마포구 지역 캣맘들의 연대로 시작해 2020년 비영리단체로 등록한 '마동친'은, 속칭 '길고양이'들에게 '동네고양이'라는 호칭을 부여한 단체다. '길에서 태어났지만 우리의 이웃'이라는 마동친의 슬로건이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조 씨는 "마포구에서는 유기동물의 보호기간이 끝나도, 안락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여기에는 장 전 대표님의 역할이 컸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마포구청 유기동물보호소의 기틀을 마련하신 분도, 구청과 캣맘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신 분도, 구청장님 공약사업인 입양지원비가 집행되도록 힘쓰신 분도 장 전 대표님"이라고 말했다.

▲ 2019년 7월 17일, 회원들과 '경의선자두' 사건이 일어난 경의선숲길에서 동물보호법 강화 캠페인을 펼친 장양숙 마동친 전 대표(오른쪽 두 번째). [마포구동네고양이친구들 제공]


마포구에 살며 길고양이들의 복지를 위해 힘써왔던 장 전 대표는 2017년부터 마동친의 운영진에 합류해 마포구청과의 협력 및 회원들과의 연대를 통해 급식소 보급, TNR(Trap-Neuter-Return; 포획-중성화-방사) 등을 진행했다. 마포구청 동물보호소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3월 12일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2019년 7월 13일 '경의선자두' 사건이 일어나자, 장 전 대표는 동물보호법 강화 캠페인을 주도했다. 그리고 재판에 참여해 눈물로 강력처벌을 호소했다. 그러던 그는 지병인 혈액암과 백혈병이 재발해 쓰러졌다. 장 전 대표가 병원에 실려가던 날인 그해 11월 17일, 김영호 국회의원(서대문구 을)과의 동물권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장 전 대표는 병석에서도 토론회에 대해 묻고, 자두·토순이 사건 탄원에 참여하는 등 관심을 놓지 않았다.

▲ 2019년 11월 9일, '경의선 자두' 사건 현장에서 동물보호법 강화 전단을 배포하는 장양숙 대표(오른쪽 첫 번째). 지병으로 쓰러지기 불과 8일 전이었다. [마포구동네고양이친구들 제공]


마동친 운영진 김(50대, 성산동) 씨도 "제 반려묘 강이를 구조하시고, 치료를 도와주신 분도 장 전 대표님"이라며, "투병 중에도 굶주리고 학대받는 길아이들 걱정 뿐이셨는데, 부디 홀가분해지셨기를 빈다"라며 조의를 표했다.

빈소에는 마동친 운영진을 비롯해, 경의선자두 사건 피해자 예 씨, '동물학대n번방' 등 동물학대사건 제보에 열심인 회원 윤(30대, 양천구) 씨 등이 다녀갔다. 미처 조문하지 못한 회원들은 카페 댓글로 조의를 표했으며, 관악길고양이보호협회 회원 김하연(길고양이전문 사진작가) 씨도 댓글로 조의를 표했다. 경의선자두 사건 때 연대했던 그 역시 투병 중이다.

▲ 2021년 2월 12일부터 동물학대 시 최대 징역 3년, 벌금 3000만 원까지 처벌 받을 수 있다. 강화된 동물보호법을 알리는 마동친 버스광고. [마포구동네고양이친구들 제공]


서대문구 길고양이 동행본부(이하 '서동행') 카페에도 장 전 대표의 부고가 올라왔다. 조은영 서동행 대표는 "장양숙 전 대표님을 기억하며 마동친과 더욱 뜨겁게 연대해, 동물권 제고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KPI뉴스 / 김진주 기자 perl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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