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미스트롯2, 미성년 참가자 '소비' 문제 없나
김지원
kjw@kpinews.kr | 2021-02-10 15:37:21
과도한 경쟁 프로에 동심 멍들게 할 수도
기괴했다. '미스트롯2'의 오프닝 영상은, 언뜻 보기엔 '미스터트롯' 콘셉트와 별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같은 의상을 입고 모여 있는 참가자들. 이들을 비추는 카메라. 하지만 뭔가 달랐다.
붉은색 짧은 드레스를 입은 참가자들. 그리고 참가자들의 다리를 밑에서부터 쓱 한번 훑고 가는 카메라 움직임. 더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한쪽에는 성인 참가자들과 같은 의상에 동일한 콘셉트를 한 '미성년 참가자'들이 있었다. 이들 역시 붉은 드레스를 입고, 한껏 끼를 부리는 표정과 동작을 선보이고 있었다. 불편했다. 하지만 짧은 오프닝 영상이었기에 그럭저럭(?) 넘겼다.
부분은 전체에 대한 힌트라고 하던가. 짧디짧은 오프닝 영상에서조차 숨길 수 없었던 미성년 참가자에 대한 무감각은 본 방송에서도 반복됐다. 노출이 과한 의상, 10대 중반도 되지 않은 나이의 여자아이가 60대인 남성 심사위원을 향해 '오빠'라고 부르는 모습.
물론 해당 참가자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귀여운 아이의 시선이었겠지만, 성인들은 한국사회에서 '오빠'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다양한 의미를 알지 않는가. 괜히 "'오빠가~'라는 '오빠 병'걸린 사람들 싫다"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시청자들은 불편함을 드러냈다. 한 시청자는 "애들(아이들) 노출 기준을 성인 참가자와 같게 잡은 건 문제 아니냐"라고 썼다. 어린 나이의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미성년 심사위원인 정동원 군에 대한 고려도 부족한 것이라는 지적도 일었다.
한 시청자는 "미스트롯2 너무 기괴하다. 무대의상이라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하려고 해도, 너무 '벗고' 나온다. 미성년자인 정동원 군이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은) 참가자들의 무대를 봐야 하지 않냐. 배려가 전혀 없다. 가족과 함께 보다가 너무 야해 민망해서 채널을 돌렸다"고 꼬집었다. "바지 입으면 떨어지는 오디션인 줄"이라는 평도 인상적이었다.
노출이 과한 의상 등 성 상품화 문제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부분에서 미성년 참가자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었다. 한 시청자는 "너무 어린아이들은 경쟁 프로그램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직 경쟁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텐데, 보면 마음이 아프다"라고 적었다.
참가자와 시청자들이 만들었다고 알려진 '미스트롯2 진상규명위원회'는 방송통신위원회에 관련 내용이 적힌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진상위는 진정서에서 "'미스트롯2'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 출연 아동 청소년 권익 보호를 위한 표준제작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한 아동 참가자가 탈락 후 우는 모습이 전파를 탔고, 해당 참가자에 악플이 쏟아졌다. 이에 제작진이 아동·청소년 출연자를 향한 악성 댓글을 방조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방송사가 아이들까지도 성적대상으로 보게끔 조장을 하고 있다"라며 "카메라 워킹, 의상 등 성 상품화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미성년 참가자들에 대한 보호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그는 "아동 참가자들에 대한 출연 계약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며 "아이들은 성인과 다르다.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경쟁에 내몰린다는 건 아이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다. 아이들에게는 심리상담사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무조건 배치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그런 보호 조치가 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에게 참여 제한을 두는 것이 오히려 기회를 막는 역차별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평론가는 "아이들이 기회를 받아서 유명해지는 것을 꿈꾼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어른들의 꿈이 투영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며 "주변에서 이런 오디션에 나가 화려한 무대에 선다는 건 굉장히 큰 기회라는 식으로 말하기 때문에 그 당시에 아동은 상처를 모르고 지나갈 수 있지만, 오디션에서 타인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괴감에 빠지고 스스로를 대상화할 수 있고, 탈락의 경험이 '남들에게 사랑받지 못했다'라는 식으로 이어지는 경험들이 쌓이게 되면 자존감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평론가는 "선진국에서는 13세 이하에 대한 보호 조치를 두고 있다. 13세 이하는 출연시키지 않아야 하며, 미성년인 13~18세 참가자에게는 시간을 철저히 지켜서 수업을 받을 권리와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는 권리, 쉬어야 할 권리를 더 철저하게 보장해야 한다"라며 "종편은 시청률이 잘 나왔다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미성년 참가자에 대한 출연 계약을 철저히 하는 등 방송사의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미성년 참가자 보호를 위한)방송심의위원회의 강력한 제재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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