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문을 닫아야 하나요"…돌봄교실 탈락 워킹맘의 눈물

안경환

jing@kpinews.kr | 2021-02-01 15:00:04

"코로나19로 매출 반토막인데 아이 때문에 그마저도..."
매년 반복되는 현상인데도 안이한 당국 대처에 분노

"이제 어쩌죠, 가게 문을 닫아야 하나요?" 


올해 8살의 초등학교 입학 예정 자녀를 둔 워킹맘 A 씨의 토로다.
 

▲경기도 양주시 한 초등학교에서 긴급돌봄 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쌍방향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A 씨는 지난달 26일 자녀가 입학 예정인 용인 S초등학교를 다녀온 뒤 흔히 말하는 '멘붕'에 빠졌다. 


이날 A 씨가 학교를 찾은 이유는 자녀의 초등 돌봄교실 추첨 때문이다. 오후 6시 학교 돌봄교실 추첨장에는 얼핏 봐도 100명가량의 학부모가 몰려 있었다.


S초교에서는 1, 2학년 돌봄교실 3개 반에 66명의 학생을 선발했다. 이날 추첨은 맞벌이 가정 등 2순위가 대상이었다.


단순 계산으로는 약 2대 1의 경쟁률이지만 한부모와 조손가정 등 1순위 선발자를 제외하면 정확히 몇 명이 이날 뽑히는지 학교측에서는 언급이 없었다.


S초교 확인 결과 66명 선발에 97명이 지원했다. 1순위에서 뽑힌 19명을 제외하면 47명 선발에 97명이 지원한 것이다. 맞벌이 가정 등 50명은 탈락한 셈이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추첨을 기다린 A씨에게 돌아온 결과는 더 참담했다. 대기 50번이었다. 이변이 없는 한 이 학교 돌봄교실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A 씨는 현재 시댁과 친정 부모 모두 자녀를 맡아줄 처지가 안 된다. 결국 A 씨에게 남겨진 선택지는 자녀 입학과 함께 돌봄을 위해 가게를 휴업하거나 폐업하는 길이다.


A 씨는 2014년 출산 후 생계를 위해 연고는 없으나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용인 동백동에 미용실을 열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A 씨는 "미용실 오픈 후 5년 정도가 지나면서 겨우 자리를 잡나 했더니 코로나19 사태로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힘들어도 버티고 있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아이 돌봄 때문에 가게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화성에 사는 B 씨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처지다.


역시 8살로 올해 입학예정 자녀를 둔 B 씨는 지난 여름부터 생활에 도움이 되고자 점심 전후 시간대를 이용, 하루 5시간(오전 10시~오후 3시) 정도 분식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이 시간대 아르바이트를 선택한 건 생계와 아이돌봄을 병행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B 씨 역시 C초등학교 자녀 돌봄교실 추첨서 탈락, 오후 1시 전후로 귀가하게될 자녀를 돌볼 방법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B 씨는 "아르바이트를 위해 아이를 오후 내내 '학원 뺑뺑이'를 돌릴 수 도 없는 처지"라며 "아르바이트를 포기하면 생활이 더 궁핍해지는 데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데는 다자녀가 아닌 이상 맞벌이 일반 가정의 경우 초등 돌봄교실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리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의 올해 초등돌봄교실 운영계획에 따르면 맞벌이 가정 다자녀와 취약계층 등을 우선순위로 두도록 하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이를 토대로 저학년(1학년) 중심의 한부모·조손가정, 맞벌이 다자녀 가정, 맞벌이 다문화 가정 등을 우선순위로 선발한다.


일부에선 일반 맞벌이 가정이 왜 맞벌이 다문화 가정보다 후순위에 놓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매년 반복되는 돌봄교실 논란에도 일선 학교의 돌봄교실 운영 규모는 큰 차이가 없다. 최근 3년간 도내 돌봄교실 운영 현황을 보면 2018년 1271개 학교에서 2896개 돌봄교실이 운영됐다.


2019년에는 1291개 학교에서 2943개 돌봄교실을, 지난해에는 1302개 학교에서 2967개 돌봄교실이 각각 운영됐다.


교육지원청 한 관계자는 "돌봄교실 수요가 많다고 하더라도 인건비 지원이 가능해야 하고, 해당학교에 유휴교실이 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유휴교실이 없으면 신청조차 불가능 하다"고 귀띔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특정지역 학교에선 돌봄교실이 수요를 못따라가기도 하지만 농촌지역 등에선 오히려 학생 수요가 없는 실정이다. 전담교사 배치도 감안해야 한다"라며 "지역 교육지원청과 감축 및 증원 등을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으나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KPI뉴스 / 안경환 기자 ji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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