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석 빠진 '벌거벗은 세계사', 또 역사 오류 논란

김지원

kjw@kpinews.kr | 2021-02-01 14:44:43

장항석 교수 강연자 나선 흑사병 관련 강연에 "이건 아니다"
박흥식 교수 "프로그램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이 문제"

역사 왜곡 논란으로 비난을 받았던 tvN '벌거벗은 세계사'가 또다시 역사 전문가로부터 오류를 지적받았다.

▲ 벌거벗은 세계사 [tvN 홈페이지]

지난달 30일에 역사 강사 설민석 하차 후 5주 만에 방송된 '벌거벗은 세계사' 4회에는 장항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강연자로 나서 중세 시대 전염병 페스트에 대해 설명했다.

방송 이후 해당 회차 자문에 참여한 박흥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내용도 구성도 꽝이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박 교수는 흑사병 관련 전문가로 '흑사병과 중세말기 유럽의 인구문제' 등 논문을 집필했다.

그는 "흑사병을 10년 넘게 공부했고, 중세 말기 유럽을 전공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세 사회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고 당시 사료를 해석할 줄 모르는 한 의사가 청취자들에게 왜곡된 인식만 키웠다"며 "흑사병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목표였느냐"고 '벌거벗은 세계사'를 정면 비판했다.

'페스트'를 다룬 해당 회차에서는 몽골군이 흑해 연안의 도시 카파(흑해 연안 항구도시, 현 우크라이나의 페오도시야)를 침략해 성 안쪽으로 페스트가 감염된 시체를 투척하면서부터 유럽에 페스트가 퍼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카피 공성전에 대한 자료는 현장에 있던 사람이 기록한 것이 아니고, 신뢰할 수도 없는데 마치 역사적 사실인 양 해석해 나쁜 것은 다 아시아에서 왔다는 잘못된 인식을 고착시켰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강의 전반에 통계와 병인학적 측면에서의 최근 해석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중세에 대한 편견이 깃들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내용도 구성도 꽝이었다"고 적었다. 

▲ 지난달 30일 방송된 '벌거벗은 세계사' 4회 [tvN 제공]

그는 프로그램 제작진도 비판했다. 박 교수는 "구체적으로 지적하려 들면 끝도 없을 듯하고 그럴 가치도 없다"면서 "설민석이 문제인 줄 알았더니 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이 문제인 듯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힘들게 자문해 주었더니 내가 자문한 내용은 조금도 이용하지 않았는데, 그럴려면 이름은 왜 넣겠다고 했는지"라며 "미안한 말이지만 이런 식으로 엉터리로 역사적 주제를 전달하려면 프로그램을 당장 폐지해야 옳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문제제기에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진은 "페스트와 관련된 내용을 의학사적인 관점을 중심으로 구성했다"며 "방송전 대본과 가편본, 그리고 자막이 들어간 마스터본을 관련 분야의 학자분들께 자문을 받고 검증 절차를 마친 후 방송했다"고 1일 밝혔다.

앞서 '벌거벗은 세계사'는 지난달 방송된 클레오파트라 편에서도 역사 오류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고고학 전문가인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은 설민석이 전한 해당 방송분을 보고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게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기가 힘들 지경"이라며 "제가 자문한 내용은 잘 반영이 안 돼 있는 것 같다. 그냥 보지 마시라"고 조언했다.

이에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측과 설민석은 오류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이후 진행자 설민석의 석사 논문 표절 의혹 등이 불거지며 5주간 재정비 기간을 가졌다.

한 달여 만에 다시 방송된 프로그램은 주제와 관련된 각 분야 전문가를 강연자로 초청해 차분하면서도 정확하게 세계사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