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얘기만 나오면 격노?…김종인의 복잡한 속내
남궁소정
ngsj@kpinews.kr | 2021-01-12 14:19:16
제1야당 대선 입지 축소·김종인 비토 강화 우려 제기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중심으로 야권 단일화 논의가 좁혀지는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11일 비공개 비대위 회의에서 일부 중진이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언급한 데 대해 "자꾸 이러다가 당이 '콩가루' 된다"라고 지적한 것은 물론 12일에도 "안 대표 중심의 단일화에 관심 없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안철수 대세론'에 휩쓸리는 듯한 당 분위기를 다잡는 모양새다. 앞서 김 위원장은 "단일화를 한다면 3월 초에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 단일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국민의당 안 대표가 당을 끌고가게 할 수는 없는 김 위원장의 복잡한 속내가 읽힌다.
김 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야권 단일후보'를 자처하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한 안 대표에 대해 "더이상 거론하고 싶지도 않은 사람", "그 양반은 정신적으로 자기가 유일한 야당 단일후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에 가장 적합한 후보를 만들어내는 것이 내 책무"라고 강조했다.
복수의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단일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속내는 복잡하다. 만약 안 대표가 단일화를 통해 최종후보가 될 경우 "후보도 제대로 못 낸 제1야당"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2022년 대선에서 제1야당의 입지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김 위원장은 서울시장에서 떨어지더라도 자당 후보로 경쟁을 한 후 대선으로 가는게 나을지, 임박한 보궐선거를 안 대표로 치를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안 대표에 유리한 '여론조사 100%' 본경선룰에 대한 당내 반발과 김종인 비대위 8개월 동안 쌓인 비토 목소리가 합쳐질 경우도 문제다. 경선 시작 전부터 당 외부의 안 대표 문제로 내부 혼선을 빚어 당에 대한 국민 실망감을 키워 자칫 국민의힘은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100석 넘는 정당이 석달 동안 안 대표에게 끌려가는 모습만 보여줄 순 없지 않냐"라고 반문하며 "대표는 당 후보를 만들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당내에서도 안철수 효과에 대한 부정적 발언이 확산하고 있다. 3선 중진인 박대출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철수 타령 그만해야'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지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후보가 10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명밖에 더 있느냐"며 "자나깨나 안철수 타령이니 국민의힘 후보가 잘 보일 리 있나. 여당보다 5배 많은 후보군을 보유한 제1 야당답게 당당하게 처신하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도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가 늘 3등만 했던 '포장만' 골리앗에게 주눅들 필요가 없다"며 "안 대표는 즉각 서울시장 후보를 사퇴하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처럼 안 대표와 거리를 둠으로써 일찌감치 '3자 구도'에도 대비하고, 안 대표를 향해 국민의힘으로 들어와 경선할 것을 압박하는 등 1석 2조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결국 김 위원장의 안 대표 '거리두기'가 현재로선 최선인 셈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김 위원장은 일단 당내에서 치열한 논의를 통해 깜짝 놀랄 만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만들어내야 한다. 국민의힘으로선 안 대표 단일화 논의에 앞서 그게 첫 번째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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