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일본 정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

김광호

khk@kpinews.kr | 2021-01-08 10:11:45

국내 첫 日 정부 상대 위안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
재판부 "국가면제 인정하기 어려워…재판권 행사 가능"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2015년 12월 소송 절차가 시작된 지 5년여 만이다.

▲ 지난해 5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병혁 기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정곤)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사람당 1억 원씩의 위자료를 달라'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9일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한국 법원의 판결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피고에 의해 계획·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행위로 국제 강행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가면제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피고에 대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의 불법행위가 인정되고, 원고들은 상상하기 힘든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고들이 배상을 받지 못한 사정을 볼 때 위자료는 원고들이 청구한 각 1억원 이상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 측) 청구를 모두 인용한다"고 설명했다.

배 할머니 등은 지난 2013년 8월 "위안부 차출 등 일본의 불법 행위로 인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한 사람당 1억 원씩의 위자료를 일본에 청구하는 조정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조정이란 당사자 간 협상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절차로, 법원에서 조정이 성립되면 이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조정 절차에 대응하지 않았고, 사건은 2015년 12월 정식 재판으로 넘어갔다.

재판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소송이 헤이그송달협약 13조 상의 '자국의 안보 또는 주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대응 입장을 고수해 왔다. 소송이 성립할 수 없으니 피해자들의 청구를 각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한국 법원이 송달한 소장을 접수하는 것도 거부했다.

결국 법원은 지난해 1월 말 소장과 소송안내서, 변론기일통지서를 일본에 공시송달한 뒤 같은 해 4월 이 사건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공시송달은 소송 상대방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한 후 내용이 전달됐다고 간주하는 제도이다.

피고인 일본 측이 소송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판부는 기존 법리에 더해 위안부 피해자들이 정부에 낸 생활안정지원 대상자 등록 신청서와 첨부 서류, 국제법상 주권면제 원칙(주권 국가에는 외국의 재판권이 미치지 않는다는 원칙) 반박 자료 등 원고 측이 제출한 증거를 바탕으로 사건을 심리해왔다.

오는 13일에는 이용수, 길원옥 할머니와 고(故) 김복동 할머니 등 또 다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1심 판결도 선고될 예정이다.

앞서 우리나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1990년대 초부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일본 법원에 잇따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소멸시효 등을 이유로 패소가 확정됐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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