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日소설 번역 '대망' 수정판 저작권법 위반 아냐"
김광호
khk@kpinews.kr | 2020-12-21 11:07:52
대법 "사회통념상 새 저작물 아냐…예외적 허용 해당"
일본 전국시대의 무장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일대기를 그린 일본 소설의 번역본 '대망(大望)'을 재출판했다가 '무단 번역' 논란을 빚은 출판사 대표에게 대법원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동서문화동판 대표 고모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저작권법상 해외 원작자의 동의가 필요 없었던 1975년부터 일본의 유명 소설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번역한 '대망'을 출간해온 고 씨의 출판사는 2005년 기존 판본을 일부 수정해 재출간했다.
그러자 1995년 개정된 저작권법에 따라 일본의 원출판사와 정식 계약을 맺고 2000년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출판한 '솔출판사' 측이 "고 씨의 출판사가 허락 없이 책을 출판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개정된 저작권법은 개정 전에 만들어진 2차 저작물에 대해 예외 규정을 뒀다. 2차 저작물이 법 시행 전인 1995년 전에 만들어져야 하며, 그것을 이용할 경우에는 내용을 바꿔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앞선 재판에서 고 씨는 "'2005년판 대망'은 1975년 나온 책의 단순 오역이나 표기법 등을 바로잡은 것에 불과해 새로운 저작물이 아니다"라며 2005년 판본도 저작권법 면책 대상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모두 고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수정 정도와 표현 방법의 차이 등을 보면 동일한 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다"며 고 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했다.
1심은 고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출판사에게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고, 2심에선 형량을 각각 벌금 700만원으로 줄였다.
대법원 재판부는 "2005년판 '대망' 1권이 1975년판 '대망' 1권과의 관계에서 저작권 침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2차적 저작물의 이용행위에 포함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원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005년판 대망에는 인명, 지명, 한자발음 등을 개정된 외국어표기법이나 국어맞춤법에 따라 현대적 표현으로 수정한 부분들이 다수 있다"면서도 "이러한 부분들은 양 저작물 사이의 동일성이나 유사성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두 저작물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005년판 대망은 1975년판 대망을 유사한 범위에서 이용했지만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로 볼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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