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8차 사건 '20년 옥살이' 윤성여씨, 32년만에 무죄 선고

김영석 기자

lovetupa@kpinews.kr | 2020-12-17 16:56:11

법원, "과거 부실 수사 및 증거 오류 재판서 발견 못해"...사과
윤성여씨, "나같은 사람 다시 없길"..."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가 사건 발생 32년 만에 재심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17일 이 사건 재심 선고 공판에서 "과거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 및 제출 증거의 오류를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해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윤성여(53)씨가 지난 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재판부는 "피고인의 경찰 자백진술은 불법 체포· 감금 상태에서 가혹행위로 얻어진 것이어서 임의성이 없고 적법절차에 따라 작성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다"며 "반면, 이춘재의 자백 진술은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들과도 부합하여 그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당시 국과수의 범행 현장 체모에 대한 감정결과, 경찰 진술조서 등도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어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에 대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로 인해 20년이라는 오랜 기간 옥고를 거치며 정신적·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받은 피고인에게 사법부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피고인은 무죄"라는 주문을 낭독되자, 윤씨와 윤씨측 변호인단 방청객들이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하고 재심 재판을 이끈 수원지검 형사6부 소속 이상혁(사법연수원 36기), 송민주(42기) 검사도 검찰을 대표해 윤씨에게 다시 한번 사과했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모(당시 13·중학생) 양이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올해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재심은 지난 2월 1차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이날 선고공판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열렸으며, 당시 수사기관 관계자와 과학수사 분야 전문가 등 21명의 증인이 출석했다.

 

재심 과정에서 당시 경찰의 불법체포 및 감금, 폭행·가혹 행위가 드러났고, 윤씨의 유죄 증거로 쓰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가 조작된 사실도 밝혀졌다.

 

윤씨는 최후진술에서 "'왜 하지도 않은 일로 갇혀 있어야 하나. 하필 내게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는 등의 질문을 30년 전부터 끊임없이 던져왔다"며 "그때는 내게 돈도 '빽'(배경)도 없었지만, 지금은 변호사님을 비롯해 도움을 주는 많은 이가 있다. 앞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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