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 마나한 국어책임관..."국어기본법 개정해야"
김들풀
itnews@kpinews.kr | 2020-11-13 16:57:54
한글은 우수하다. 일찍이 벽안 이방인이 알아봤다. 미국인 호머 헐버트가 뉴욕 트리뷴을 통해 한글 우수성을 알린 게 1889년이다. 헐버트는 "한글은 완벽한 문자"라고 극찬했다. "최소 문자로 최대 표현력을 갖는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한글의 주인'은 그 가치를 망각하고 사는 듯하다. 바른 한글 사용을 선도해야 할 정부부터 그러하다. 정부부처 공공문서엔 오염된 언어 투성이다. '공문서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우리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국어기본법을 정부가 앞장서 위반하는 꼴이다. 이런 행태가 국민과 소통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음은 물론이다.
UPI뉴스는 43개 정부 부처의 공공언어 실태를 취재, 분석해 기획보도 [우리말 바르게]를 연재한다.
로마자와 한자 등 국어기본법 위반은 물론이거니와 어려운 낱말, 외국어, 일본어투 등의 외래어 사용이 많았다. 정부가 쉬운 우리말 사용을 독려하기는 커녕 국어 훼손을 앞장서고 있는 모양새다.
공공기관에서 언어 사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정된 법령이나 수립된 정책이 국민에게 잘 이해되고 집행되기 위해서는 쉽고 정확한 언어로 알려야 한다. 공공언어는 국민에게 모범 또는 규범으로 인식되므로 국민 언어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공공언어 사용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국어책임관 제도가 마련됐다.
국어책임관은 각 중앙행정기관 및 그 소속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이다.
소속 공무원이나 해당 기관이 수행하는 정책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쉬운 용어를 개발 보급하고, 정확한 문장을 사용하도록 올바른 국어사용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 추진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이런 국어책임관 제도가 있으나 마나 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개 국어 업무와 무관한 홍보담당자들이 겸직을 맡고 있다. 심지어는 자신이 국어책임관인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다 보니 의욕도 없는데다가 전문가가 아닌 탓에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총 1,800여 명이 넘는 국어책임관이 직책을 맡고 있다. 국어책임관은 행정 관리자 중에 임명되는 직책이어서 전문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국어기본법 개정 절차를 거쳐 국어책임관을 보좌하는 역할을 하는 '국어전문관' 직책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
개선 노력이 없지는 않다. 도종환(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6명이 지난 8월 발의한 '국어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어책임관을 보좌하는 국어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실질적인 국어감수 인력(국어전문관)을 두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실제 대구시 동구 국어 진흥 조례에는 국어 전문 인력인 국어전문관 위촉과 운영에 대한 조항을 두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일부 기관에서 국어학 전공자, 국어교사 출신 연구사, 작가 및 기자 출신 공무원 등을 국어전문관으로 두고 있다.
공공기관이 스스로 국어감사관 제도를 운용하는 곳도 있다. (주)한국서부발전은 국어책임관 지정 의무는 없지만, 공공기관 최초로 감사관실 소속 감사관을 국어감사관으로 임명해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거기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실무진급 국어전문관 제도를 도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간 국어기본법 개정 운동을 지속해온 한글학회 부설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는 "이는 무엇보다도 국어책임과 제도가 뚜렷한 책임을 묻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라며 "무엇보다도 국어책임관 지정과 책임 등에 관한 국어기본법 제도를 개정해 새로운 국어책임과 활동에 대한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김들풀 IT과학 전문기자 itnew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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