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리포트] 지지층에 갇힌 트럼프 막판 뒤집기 가능할까

공완섭

wanseob.kong@gmail.com | 2020-10-28 09:15:00

일부 경합주 지지 격차 좁혀져
모금 액수·기부자 바이든이 압도
젊은이들 네거티브 선거에 식상

지난 22일(현지시간)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광장엔 이방카 트럼프와 남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수석고문의 사진이 담긴 두 개의 선거전광판이 나란히 내걸렸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뉴요커 3만3418명, 미국인 22만40005명이 죽었다는 걸 이방카가 알려주고, 쿠슈너는 "(그런 결과는)그 사람들 탓"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내용이다.

모델은 트럼프 가족들이지만 트럼프에게 코로나 사태의 책임을 돌리는, 바이든 진영의 네거티브 광고다. 지난 7월 이방카가 트럼프 후원기업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찍었던 통조림 회사 고야 광고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해 반트럼프운동 단체인 링컨 프로젝트가 설치한 것이다. 이들 부부의 변호사 마크 카소위츠는 즉각 "너무 악의적이고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다"며 "당장 전광판을 철거하지 않으면 소송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바이든이 과거에 거짓말했다며 관련 비디오를 지지자들에게 틀어줬다.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양쪽 진영 모두 네거티브 전략에 치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 TV토론에서 줄곧 바이든 후보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기업 투자와 리베이트설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헌터의 메일에 나오는 '빅맨'이 아버지 바이든이라며 부자간 스캔들로 몰아가고 있다. 본인은 물론 러시아 푸틴 대통령도 25일 헌터의 사업에 아무런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주장을 일축했지만 트럼프는 바이든이 부통령의 지위를 이용해 '아빠 찬스'를 썼다며 부도덕성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선거를 불과 1주일 남겨 놓은 시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여전히 바이든이 10~12%포인트 우세다.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선거기금 모금액수면에서도 바이든은 10억6700만 달러, 트럼프는 7억3200만 달러. 바이든이 1.46배나 많다. 기부금을 낸 숫자로 따져 봐도 바이든은 490만 명, 트럼프는 270만 명으로 바이든이 1.8배나 많다. 바이든은 고소득·고학력층으로부터, 트럼프는 저소득·저학력층의 지지를 받고 있어 트럼프는 지지기반도 약하다.

그러나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후끈 달아 오른 건 트럼프 진영. 경합주에서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노스캐롤라이나주 등은 바이든 승리로 굳어져 가고 있지만 오하이오·조지아주는 트럼프 승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시간주는 조사기관에 따라 크게 엇갈린다. 에픽엠알에이(EPIC-MRA)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이 9% 포인트 가량 우세하지만 지아폴(Zia Poll)에 따르면 트럼프가 4%포인트 앞선다. 플로리다주도 라스무센 조사에서는 트럼프 승리 가능성이 4%포인트 높지만 세인트피트폴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이 2%포인트 근소한 차이로 이기는 걸로 나온다. 4년 전처럼 경합주를 싹쓸이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분위기다.

선거가 임박하면 경합주를 집중 공략할 수밖에 없다. 선거인단 숫자로 보면 플로리다주 29명, 펜실베이니아주 20명, 오하이오주 18명, 미시간주 16명, 노스캐롤라이나주 15명, 위스콘신주 10명 등 모두 108명. 전체 선거인단(538명)의 20%에 해당하고, 당락은 결국 경합주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2016년 대선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일반 유권자 득표수에서 졌지만 이들 경합주에서 승리, 당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막판 뒤집기에 들어갔다. 24일에는 하루에 오하이오·위스콘신·노스캐롤라이나주 등 3개 주를 도는 강행군을 했고, 26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3차례의 유세를 소화했다.

그러나 재선가도에 빨간 불이 켜지는 때도 많았다. 같은 공화당 출신 딕 체니 전 부통령의 아내 린 체니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찍겠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집회를 하는 그의 태도가 팬데믹 상황에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팬데믹을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돌출 발언, 트럼프에게 의문의 일패를 안겨주었다. 바이든은 즉각 "정부가 전염병을 통제하려는 노력을 포기한 것"이라고 공박했다.

펜실베이니아주 출신 바이든이 고향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그는 26일 이곳을 방문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고향 스크랜턴과 펜실베이니아주는 나에게 소중하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대선의 최대 격전지는 플로리다주. 캘리포니·텍사스주에 이어 뉴욕주와 함께 2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고 있는 전략지이자 경합주 가운데는 선거인단 수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엘고어 후보가 패배의 쓴 잔을 마신 곳도, 힐러리 클린턴에게 좌절을 안겨준 것도 바로 이곳이다. 그래서 플로리다주에서 웃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불문률이 생겨났다. 특히 조기, 우편투표 등으로 누가 기세를 선점하느냐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플로리다주에 공을 들이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투표 장소로 플로리다주를 택했다. 플로리다주에서 승기를 잡고 대세를 몰아 가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우편투표가 엄청나게 늘어나자 공화당 지지자들이 대거 조기투표 행렬에 가담, 이번 선거에서도 최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주(레드 스테이트) 가운데 선거인단 수가 가장 많은 텍사스주에서의 이변 여부도 관심사다. 텍사스주 선거인단은 38명.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 가운데 가장 많다. 최근 몇년 사이 캘리포니아·일리노이주 등지로부터 젊은이들의 유입이 늘어나면서 유권자 성향이 달라지고 있다. 여론조사로는 트럼프가 바이든을 4%포인트 앞서고 있지만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 텍사스주가 공화당 중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가면 이번 선거의 최대 이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선거는 바이든 승리로 끝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2050년까지 화석연료를 없애겠다는 정책이 중부 러스트벨트지역의 미시간·위스컨신·펜실베이니아주 등 경합주의 주력 산업을 몰락시킬 것이라고 경고하며 경합주에서의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개성과 소신이 없어 보이는 바이든에게 답답함을 느낀 유권자들 때문에 트럼프가 2016년의 드라마를 다시 연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조짐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다만 고령의 두 후보가 특별한 이슈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과거의 네거티브 선거 방식을 답습하고 있는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많다. 특히 트럼프와 공화당이 2018년 중간선거에서 30대 미만의 젊은 유권자 67%가 민주당을 찍었던 사실을 잊고, 구태의연한 흑색선전과 폭로전만으로 판세를 뒤집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뉴요커지 칼럼니스트 에드 킬모어는 "트럼프가 시골 노인, 저학력, 복음주의 백인들의 지지기반 틀에서 벗어나, 젊은 도시 전문직, 직장인, 97년 이후 출생 Z세대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재집권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공완섭 재미언론인 wanseob.k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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