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수장 도전 유명희 막판 뒤집기 가능할까
김광호
khk@kpinews.kr | 2020-10-26 16:39:16
미국, 아시아는 유 후보편…EU·아프리카 등은 오콘조 지지할 듯
관건은 중국, 중남미 등…전문가 "'언더독' 세몰이 기세 이어가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출마한 세계무역기구 WTO 사무총장 선거가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유명희 후보는 '막판 뒤집기'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선거 초반 '3등까지는 가능하다'는 비관적인 예측을 뒤엎고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유 후보가 대역전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WTO 사무총장 선출은 몇 차례 라운드를 거쳐 후보자를 추려나가는 방식으로 한다. 이번 사무총장 선출은 3라운드에 걸쳐 진행하는데, 유 본부장은 다섯 명의 후보가 오른 2라운드에서 세 명을 따돌리고 결선인 3라운드에 진출했다.
사무총장은 관례적으로 투표가 아닌 합의를 통해 선출된다. 사실상 164개 회원국의 내부 투표를 거친 뒤 1위 후보를 '모든 회원국이 지지'하는 식으로 발표하는 것이다. WTO는 관련 협의 절차를 27일까지 진행해 11월 7일 전 최종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유 후보와 함께 최종 라운드에 오른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는 세계은행(World Bank) 근무 경험과 국제백신연합(GAVI) 이사회 의장이라는 이력을 앞세운 압도적으로 우세한 국제적 지명도가 큰 강점이다.
반면 유 후보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직에 있는 통상전문가라는 강점을 부각시켜왔다. 또 제네바를 중심으로 각국 대표를 부지런히 접촉하고 스킨십을 넓혀왔고, 산업부 역시 총력을 투입해 선거전에 임하고 있다.
관건은 미국과 중국, EU(유럽연합) 세 곳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느냐다. 이 세 곳의 선택이 대세를 형성하면 중소국가들은 대세에 따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EU는 27개 회원국이 한 후보에게 몰표를 행사하는 것이 관례다. 대체로 유럽은 식민 지배의 경험 때문에 역사적·심정적으로 아프리카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유럽 국가와의 경제적인 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동구권을 중심으로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많다보니 EU가 이번 주부터 누구를 밀어줄 것인가 합의를 시도하고 있으나 결론이 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 장관이 유럽국가 정상-외교장관과의 전화통화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적인 결정권을 행사하는 건 결국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유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중국은 오콘조 후보를 지지한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아직은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 두 나라가 끝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사무총장 선출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예상치 못한 타협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 1999년 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뉴질랜드의 마이클 무어 후보와 태국의 수파차이 파닛치팍 후보를 놓고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두 명이 3년씩 사무총장직을 번갈아 수행하기도 했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두 후보가 백중세를 보이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아시아 지역의 경우 유 후보를 지지하는 나라들이 많고, 중남미 쪽은 반반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공개적으로 유 후보를 반대해왔던 일본은 오콘조 후보를 지지하기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에서는 오콘조 후보가 우세하지만, 비공식적으로 유명희 후보를 지지하는 국가들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볼 때 현재 판세는 예측 불가다. 유 후보가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상대후보와 그 지지국가가 바짝 긴장할 정도로 따라붙은 데는 후보 개인의 적극성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재외 공관의 지원,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을 맞아 진단키트와 마스크 지원 등으로 쌓게된 인도적 지원 역시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외교부 관계자는 "냉정하게 말한다면 유 후보자는 백중 열세 상황으로 볼 수 있고 정확히는 추격자의 위치"라며 "분명한 것은 유 후보자가 대단히 선전해 상승세에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제기구에서 아프리카 출신 인사들의 위상과 인적 네트워크를 볼 때 현 상황에서 오콘조-이웰라 후보에 비해 유 후보가 불리한 것은 사실"이라며 "아프리카 시장에 대거 진출한 중국 입장에서도 우리쪽 편만 들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언더독' 입장에서 결선까지온 유 후보의 경우 상승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동남아나 중남미를 중심으로 세몰이에 성공한다면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결국 캐스팅보트를 쥔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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