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생활고' 시달리던 택배기사 "억울합니다" 유서 남기고…

장기현

jkh@kpinews.kr | 2020-10-20 16:27:02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노동자 숨진 채 발견
與 양이원영 "환노위서 대책 마련에 힘써야"

택배 노동자의 과로로 추정되는 사망 사고가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대리점 갑질과 생활고에 몰린 택배기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일 전국택배노동조합에 따르면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일하던 40대 후반의 택배기사 김모 씨가 이날 오전 강서지점 터미널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김 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직전 A4용지 3장 분량의 유서를 작성해 함께 일하던 노조 조합원에게 보냈다. 그는 사망 직전까지 대리점으로부터 갑질과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억울합니다"라고 시작되는 유서에서 그는 "우리는 이 일을 하기 위해 국가시험에, 차량구입에, 전용번호판까지(준비해야 한다)"며 "현실은 200만 원도 못 버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활고를 고백했다.

김 씨는 "저 같은 경우는 적은 수수료에 세금 등을 빼면 한 달에 2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구역"이라며 "이런 구역은 소장(기사)을 모집하면 안 되는데, (대리점은) 직원을 줄이기 위해 소장을 모집해 보증금을 받고 권리금을 팔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여름 더위에 하차 작업은 사람을 과로사하게 만드는 것을 알면서도 이동식 에어컨 중고로 150만 원이면 사는 것을 사주지 않았다. (오히려) 20여 명의 소장들을 30분 일찍 나오게 했다"고 대리점의 갑질을 지적했다.

▲ 20일 새벽 극단적인 선택을 한 로젠택배 택배기사가 남긴 유서. [택배연대노조 제공]

김 씨는 유서 말미에 "제가 죽어도 관리 직원에게 다 떠넘기려고 할 것"이라며 "다시는 저와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게 시정조치를 취해주면 좋겠다"고 썼다.

김 씨의 사망 소식은 국정감사장에도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이날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고인은) 과도한 권리금을 내고 일을 시작했고 차량 할부금 등으로 월 200만 원도 벌지 못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비대면이 늘어나면서 택배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이같은 죽음의 행렬을 어떻게 멈출지, 환노위에서 국감 기간뿐 아니라 이후에도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1년 전부터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택배기사로 일하며 입사하는 과정에서 권리금 300만 원과 보증금 500만 원을 냈고, 차량 할부금 등 빚으로 인해 월수입 200만 원으로는 생활이 힘들다고 주변에 얘기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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