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육 맛있겠다" 엽기 주시애틀 부영사…솜방망이 징계

남궁소정

ngsj@kpinews.kr | 2020-10-20 09:20:57

행정직원에게 "XX새끼야"등 상습적 욕설·폭언
지난해 11월 감사에도 장관 명의 경고로 그쳐
외교부 감사관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도

미국 주시애틀 총영사관 소속의 한 부영사가 공관 직원들에게 "인육을 먹어보려고 한다" "에이 XX 새끼야" 등 부적절한 발언을 일삼았는데도 외교부가 경미한 징계만 내린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이 부영사는 시애틀에 부임하기 전까지 외교부 감사관실에 근무했기 때문에 외교부가 감사관실의 명예 실추를 막기 위해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 [뉴시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실이 외교부 감찰담당관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내부 관계자의 제보를 통해 확보한 내용에 따르면, 2019년 부임한 주시애틀 총영사관 A 부영사는 공관 소속 행정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했다.

A 부영사는 직원들에게 "XX 새끼야"라고 욕설을 하거나 "네가 퇴사하더라도 끝까지 괴롭힐 거다"라고 협박했다. 아울러 "이 월급으로 생활이 가능하냐" "내가 외교부 직원 중 재산 순위로는 30위 안에 든다"라며 상대의 재산 수준을 조롱하기도 했다.

"인간 고기가 너무 맛있을 것 같다. 꼭 인육을 먹어보려고 한다" 등의 엽기적 발언은 물론, "우리 할머니가 일본인인데, 우리 할머니 덕분에 조선인들이 빵을 먹고 살 수 있었다"는 고위 공무원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 부영사는 현재까지 해당 공관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직원들이 2019년 10월 그를 신고했지만, A 부영사는 세 차례의 언행 비위로 장관 명의의 '경고' 조치를 받고, 주시애틀 총영사관은 '기관주의' 처분을 받는 등 경미한 징계로 그치면서다.

피해 직원들은 당시 A 부영사를 폭언과 욕설 외에도 사문서위조, 물품단가 조작, 이중장부 지시, 예산 유용, 휴가 통제, 시간 외 근무 불인정 등 16건의 비위행위를 신고했다.

그러나 감찰에 나선 외교부 감사관실 소속 감찰담당관실은 주시애틀영사관 소속 영사 및 직원들로부터 직접 참고인 진술을 듣지 않고 서면으로만 문답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찰담당관실은 2019년 11월 24~29일 감찰을 벌인 후 2020년 1월 이메일로 추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외교부 감찰담당관실은 지난 16일 특정 직원에 대한 두 차례의 폭언 및 상급자를 지칭한 부적절한 발언 한 건 등 총 3건만을 확인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제보자들은 감찰담당관실이 직원들로부터 직접 진술을 듣지 않은 것은 A 부영사에게 불리한 진술이 있을 것을 우려한 사전 차단 조치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실은 서면 문답이나 이메일 설문조사 과정에서 A 부영사의 폭언과 부적절한 언사를 확인할 수 있는 문답이 다수 있었다는 사실을 감찰담당관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외교부가 이를 소극적으로 판단해 A 부영사를 '솜방망이 징계'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또 제보자들에 따르면 감찰이 끝나고 A 부영사의 상관이 피해 직원에게 퇴직을 강요하는 등 2차 가해를 벌인다는 주장도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지난 2019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은 '전(全) 재외공관 소속 행정직원에 대한 부당 대우 점검 등 엄정한 재외공무원 복무 관리'를 지시했다"며 "외교부 내 공무기강 해이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외교부 내 비위행위 근절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실제 예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외교부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자료 제출에 소극적으로 임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 의원실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감찰 서류 제출 또는 열람을 요청했지만 이를 모두 거부당했다"며 "감찰 과정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합리적 의심을 소명하지 못했고, 결국 축소·은폐 의혹을 증폭했다"고 비판했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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