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이름으로 대신 보낸 새우젓은 뇌물일까…대법 "뇌물죄"

김광호

khk@kpinews.kr | 2020-10-12 10:35:53

어업분쟁 해결하려 공무원에 편의 요구
엇갈린 1·2심 판단…대법 "뇌물죄 성립"

공무원이 선물을 직접 받는 대신 본인 명의로 직무 관련자를 통해 선물을 뿌렸다면 이 역시 뇌물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장한별 기자]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기도청 공무원 A씨 등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다시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경기도청 수산과장이었던 A씨는 2013년 11월 당시 김포 어촌계장 B씨로부터 "선물할 사람이 있으면 새우젓을 보내주겠다"는 말을 듣고 명단을 보냈다. 이후 B씨는 329명에게 개당 7700원짜리 새우젓을 A씨 이름으로 발송했다.

B씨는 강화 지역 어민과 조업구역 등을 두고 다투게 되자, 자신들에게 유리한 어업지도를 해달라고 A씨에게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이들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유죄로 판단했지만, 2심은 새우젓 발송으로 공무원 A씨가 얻은 이익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뒤집었다.

재판부는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329명이 새우젓을 받은 것을 A씨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증명돼야 하지만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뇌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 금품이 직접 오가지 않아도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판례를 인용하며 이들에게도 뇌물죄를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새우젓을 받은 사람은 보낸 사람을 B씨가 아닌 A씨로 인식했다"면서 "A씨는 B씨가 출연한 새우젓을 취득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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