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알려진 北 조성길 한국행…'살얼음' 남북관계 악재되나

김광호

khk@kpinews.kr | 2020-10-07 16:26:40

北 고위층의 이례적 망명…태영호 전 공사가 한국행 권하기도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 이후 남북관계 악영향 끼칠까 우려

'제3국 망명설'이 돌았던 조성길 북한 전 주이탈리아 대사대리가 극비리에 한국행을 택한 뒤 1년 넘게 국내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최근 우리 공무원이 북한 영해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사건과 맞물려 남북관계는 더욱 경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지난해 3월20일 조성길(가운데) 이탈리아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이탈리아 산피에트로디펠레토에서 열린 문화 행사에서 '로베레토 자유의 종'을 들고 있는 모습. [AP 뉴시스]


7일 국회 정보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조 전 대사대리의 국내 입국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정보 당국은 '신변 보호 등의 이유로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해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이 노출된 것이 매우 민감한 사안인 점은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태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직 북한 외교관이며 조성길과 오랜 기간 함께 했던 사람으로서, 조성길 본인의 동의 없이 관련 사실이 언론을 통해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에 대한 유감을 표한다"며 "북한에서 변절자·배신자로 규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보복적 대응을 우려한 것이다.

태 의원은 지난 2016년 망명 당시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직이었고 지난해 1월 조 전 대사대리의 잠적이 알려지자 기자회견을 열어 그의 한국행을 권한 바 있다.

▲지난해 1월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북한대사관 현관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사관'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AP 뉴시스]


조 전 대사대리가 한국에 체류하고 있음이 노출됨에 따라 향후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조 전 대사대리는 북한 재외공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바치는 상납금에 문제가 생겨 망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당국은 그의 신변 문제와 남북관계를 고려해 그의 입국 사실을 함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달 말 서해에서 실종 공무원이 북측에 피격당한 이후 남북 간 긴장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귀순 사실 공개가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위급 외교 인사의 한국행에 그간 북한은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만큼 돌발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최근 서해상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북측에 군 통신선 재연결과 서해 공동조사 등을 제안한 상태이지만, 북한이 긍정적으로 응답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이 향후 한국 정부의 대응, 조 전 대사대리의 행보 등을 주시하며 공세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한국에 들어온 시일이 꽤 지났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제한적일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 전 대사대리가 스스로 선택한 망명이라면 대남 비난이 별다른 효과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 사실이 공개됐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북한에서 반응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되면 남북 관계에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박 교수는 "최근 북한은 남북관계를 더 악화되지 않는 선에서 관리하고 있다"면서 "여기서 더 나빠진다는 것은 국지적 도발밖에 없다. 북한의 의도는 일단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보고, 내년 8차 당대회 이후 새 노선을 정리하기 전까지 남한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선까지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이 향후 대남공세 카드로는 쥐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난 6월 대북전단을 갖고 시비를 걸었던 것처럼 북한이 내년 1월 이후 대남 노선을 대적 관계로 정할 경우,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이나 서해상 피살 공무원 수색과 관련된 NLL침범 주장 등을 구실로 들고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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