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세상] 작은 병뚜껑이 튜브짜개로 변하는 '수상한' 방앗간
정병혁
jbh@kpinews.kr | 2020-09-24 16:41:37
재처리 과정 통해 튜브짜개 만들어 보내줘
'쿵덕쿵덕'
떡을 만드는 방앗간 소리가 아닌 이 방앗간엔 조용하고 수상한 액체를 내뿜는 기계가 자리하고 있다.
수상한 액체는 다름 아닌 녹은 플라스틱. 서울 중심 종로에 위치한 이 공간은 플라스틱 방앗간이다. 곡물을 가공해서 식재료로 만드는 방앗간처럼 플라스틱 방앗간은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쇄해 재료로 사용한다. 방앗간에 들어서자 초록색 박스에 쌓인 여러 색의 병뚜껑들이 들어있다. 전국에 있는 참새클럽(작은 플라스틱을 모아 보내주는 사람들) 2000여 명이 보내준 재활용이 안되는 작은 플라스틱 병뚜껑이다.
이 방앗간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7월 '플라스틱 방앗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시민들이 분리수거 배출을 해도 선별작업에서 재활용이 안되는 작은 플라스틱 즉, 병뚜껑이나 두부 용기 등을 모아서 방앗간으로 보내주면 세척, 분류, 분쇄, 가공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물건을 완성시키는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다.
현재는 전국에 있는 '참새'들이 재활용이 안되는 작은 병뚜껑을 플라스틱 방앗간으로 보내주면 작업들을 거쳐 재탄생한 튜브짜개를 병뚜껑을 모아준 참새들에게 돌려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운영된 참새클럽 시즌1엔 보름 만에 2000여 명의 참가자가 신청했고 플라스틱 256kg, 병뚜껑 한 개당 3g으로 환산했을 때 8만 5330개가 모였다. 이어 최근 9월 모집한 시즌2는 모집한지 5시간 만에 2000명 정원이 마감됐다. 시즌3은 내년 3월에 모집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환경연합 이동이 팀장은 "플라스틱이 잘 안 썩고 지구를 위협한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한 번에 제로 웨이스트(쓰레기 없는 생활)을 지키기는 어렵다"며 "플라스틱 방앗간을 통해 쓰레기를 줄이고, 시민들이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3년 사업으로 진행돼 올해 1년 차를 맞고 있는 플라스틱 방앗간은 현재 진행 중인 참새클럽과 더불어 둥지클럽이라는 다른 방식의 실험도 진행 예정이라고 말했다. 둥지클럽은 기존 개인이 플라스틱을 모으는 방식이 아닌 학교, 회사 등 단체에 작은 플라스틱을 받는 방식의 실험을 위해 모집 중이라고 밝혔다. 둥지클럽에선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새로 나올 물품 3가지 정도를 참가자들에게 되돌려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팀장은 플라스틱 방앗간을 통해 "지금은 전국에 퍼져있는 참새들이 작은 플라스틱들을 보내주고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동네에서 나온 플라스틱들은 우리 동네에서 처리되는 방식으로 순환되는 것이 오염도 적고 기후환경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사업 3년 차 즈음에 각 지역에 플라스틱 재활용, 처리 교육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역에 자발적으로 재활용 가능한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PI뉴스 / 정병혁 기자 jb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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