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시각장애인에게 점자투표용지 제공 않는 건 차별"
김지원
kjw@kpinews.kr | 2020-09-23 14:36:59
국가인권위원회가 거소투표를 하는 시각장애인에게 점자투표용지 제공 등 편의를 주지 않은 지역 선거 관리위원회의 조치에 대해 '장애인을 차별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게 시각장애인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거소투표를 할 수 있도록 점자투표용지 등을 포함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앞서 시각장애인 A씨는 지난 21대 총선 당시 매번 선거 때마다 활동 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투표를 해와 비밀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거소투표 시 시각장애인 혼자 투표할 수 있도록 '점자투표용지 등 편의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또다시 일반투표용지를 받았다.
이에 A씨는 다시 주변의 도움을 받아 투표했으며 이에 대해 "비밀투표의 원칙을 해치는 것이며 시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니 정당한 편의가 제공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밝히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 내용에 대해 A씨가 거주하는 지역의 선거관리위원회는 "점자형 투표보조용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일괄 제작하여 투표소에 배부 및 비치하고 있고, 거소투표를 신고한 시각장애인 개인에게 배부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중앙선관위 측 역시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전국의 253개 지역구에 비례대표까지 후보자 수가 많아 후보자등록마감일 이후에 묵자를 먼저 인쇄하고 거기에 점자를 일일이 제작·배송하기에 시간적 제약이 있다. 특히 투표용지의 통일성 등을 기하기 위해 특정 업체 한 곳에서 모두 제작되고 있어, 점자형 선거공보 등과 한꺼번에 제작하기가 어렵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인권위는 "시각장애인이 후보자 정보에 일반적인 접근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거소투표를 신청한 시각장애인에게 점자투표용지 등 투표보조용구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투표권 제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선관위가 헌법상 중요한 기본권인 국민의 참정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국가기관인 만큼, 장애인 차별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 및 정당한 편의 제공에 관한 각종 지원을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기간이 부족하다'라는 중앙선관위의 주장에 대해서는 "기간이 부족하다면 그 기간을 늘리는 등의 방법을 강구할 수도 있다고 보인다"라며 "점자투표용지 등의 제작을 위한 기간 부족은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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