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택시…"요즘 손님 태우면 로또 맞았다고 그래요"
이원영
lwy@kpinews.kr | 2020-09-17 16:07:22
법인 택시는 지원금 대상서 빠져 분통
"이 때 택시 이용해 서로 돕자" 고객도
"코로나 이전엔 한 달 300만 원 정도 벌었는데 이번 달 수입이 60만 원 될까말까 합니다."
"예? 그럼 차라리 배달이나 택배기사 하는 게 낫지 않나요?"
"그것도 체력 좋은 젊은 사람들이나 할 수 있지 우린 늙어서 경쟁이 안 돼요. 죽자사자 밥벌이 할 게 이것밖에 없으니 운전대를 놓을 수도 없고…"
택시 기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기약도 없이 길어지고 있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한달 한달 밥 벌어 먹고 사는 게 막막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몇 달 견디면 나아지겠지, 생각했는데 이젠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다.
술집이나 노래방 등 유흥업소에 손님이 뚝 끊기니 밤에도 빈 택시가 즐비한 요즘이다.
회사 택시를 모는 기사들은 사주들에 대한 원망도 내뱉는다. 법인 택시기사 A씨는 "요즘 택시 손님이 엄청 줄어든 거 뻔히 알면서도 매달 회사에 맞춰줘야 하는 사납금(운송수입금)은 그대로다. 요즘은 사납금의 절반도 채우기 힘든데 모자라는 액수는 내 월급에서 가불한다. 이번달 월급에서 못 채운 사납금을 가불로 빼고 나면 한 60만 원 정도 손에 쥘 지 모르겠다. 하루 12시간 운전하며 돌아다닌 대가치곤 참 허무하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손님 없는 거 뻔히 알면서…임대료 깎아주는 건물주들도 있는데 택시 사주들도 사납금 좀 내렸으면 좋겠는데…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할 게 없다"고 한숨을 토했다.
A씨는 "우리는 법인택시라고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빠졌는데 개인택시들은 자영업자로 분류돼 돈을 받는다. 사람들은 법인택시, 개인택시를 구분해서 타는 게 아니다. 둘 다 영업방식이 같고 힘든 상황은 마찬가지다. 우리는 사납금 때문에 오히려 더 힘들다"고 정부에 원성을 쏟아냈다.
법인택시와 개인택시의 재난지원금 차별 문제는 15일 국회 환노위에서도 쟁점이 됐다. 이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선정했기에 외근노동자 등과 형평성을 고려해 임금을 받는 법인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삼을 수가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개인택시는 수입금을 자신이 모두 갖는다. 하지만 회사택시는 올해부터 전액관리제가 시행되면서 월급이 120만원에서 190만 원으로 올랐지만 월정 사납금(410만원)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월정 사납금 초과 수입은 회사에 따라 기사와 회사가 6대4, 또는 7대3의 비율로 나눠갖는 구조다.
다시 말해 매달 410만원을 벌어 회사에 내야 하는데 그 액수를 벌지 못하니 그만큼 깎여 월급 190만원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모범택시를 모는 B씨는 "요즘 손님 태우면 로또 맞았다고 한다. 그 정도로 손님이 없다. 우린 비싸다고 인식돼 일반 택시보다 어려움이 더하다"며 "앞이 안 보인다는 게 더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고 털어놨다.
택시 승객이 줄어든 것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택시 운행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 줄어들었다. 택시 승객이 5번 중 1번은 지난해보다 택시를 안 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심야 회사택시를 모는 C씨는 "전에는 밤에 거리가 짧은 손님이 타면 손해라는 생각에 그런 손님 잡지 않으려고 행선지가 나오지 않는 카카오콜은 받지 않았다"며 "그런데 지금은 거리 가릴 것 없이 카카오든 티맵이든 먼저 받으려고 경쟁이 치열하다"고 달라진 현실을 전했다.
보통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한다는 회사원 D씨는 "야근을 마치고 밤 10시쯤 집에 가려다 길가에 늘어선 빈 택시를 보고 마음이 착잡했다. 평소 같으면 택시 잡기 힘든 시간인데 빈 차가 어디든 있었다. 어려운 시기에 나라도 택시를 타줘야겠다는 생각에 이용했다"면서 "기사들의 하소연을 들으니 형편이 좀 된다면 서로서로 돕는다는 생각에 택시도 타고, 식당도 이용하고 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D씨는 "평소에는 택시 이용이 거의 없지만 요새는 오히려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택시비 조금 더 쓴다고 내 형편에 큰 영향이 없지만 택시를 생업으로 하는 분들에겐 몇 천원이 반가울 것이란 생각에서다. 힘 내시라고 팁도 조금 얹어드리면 무척 좋아해서 나도 흐뭇하다"며 "서로 힘이 되어주자는 마음으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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