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에 핵무기 80개 사용 검토" 보도 오역 논란

이원영

lwy@kpinews.kr | 2020-09-15 16:07:04

"북한의 핵공격에 대응하는 계획을 검토했다는 의미"
청와대 등 당국 "원문 오역에서 비롯된 해프닝" 지적

지난 13일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던 '미국이 핵무기 80개로 북한 타격 검토' 기사는 원문을 잘못 해석한 오보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일부 한국언론들은 최근 간행된 밥 우드워드 기자의 신간 '격노(Rage)'의 일부 내용을 인용하면서 미국 정부가 2017년 북한이 화성-14형 ICBM 발사체를 쏘아올렸을 당시 핵무기 80기의 사용을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핵무기 80개를 북한 공격에 사용할 것을 검토했다고 번역한 조선일보 보도. 

그러나 이는 원문을 잘못 해석한 오보였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14일 '우드워드 원문 오역 논란'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의 핵무기 사용 검토는 번역 오류에서 비롯된 오보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해당 부분의 원문은 "The Strategic Command in Omaha had carefully reviewed and studied OPLAN 5027 for regime change in North Korea— the U.S. response to an attack that could include the use of 80 nuclear weapons."으로 나온다.

▲밥 우드워드 기자의 신간 '격노(Rage)' 표지.

문맥상 북한이 핵무기 80개를 사용해 공격할 가능성에 대해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검토했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거꾸로 보도했다는 것이다.

오마이뉴스도 오역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 기사에 따르면 "'that' 이하 절이 'response'를 수식한다고 보면 '미국이 80개의 핵무기를 사용하는 대응(공격)을 검토했다'는 의미로 읽히고, 'attack'을 수식한다고 보면 '80개의 핵무기를 사용하는 북한의 공격에 미국이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명사를 수식하는 관계대명사 'that'은 가장 가까운 명사('attack')를 선행사로 취하는 게 일반적이다'라는 의견이 있다. 그럴 경우 'that 절'이 'response'를 수식한다고 본 보도는 '오역에 의한 해프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BC도 '팩트 체크'에서 해당 기사의 오역 가능성을 지적하는 등 '미국의 핵무기 사용' 기사에 대한 오역 지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외교부 당국자도 "보도 내용은 오역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핵무기를 80개나 쏠 필요가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당국자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80개로 파악하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국방부도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작계에는 핵무기 사용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북한의 남침에 의한 한반도 전면전을 상정한 한미연합사의 전쟁 시나리오인 작계 5027이나 5015에 미군의 핵무기 사용 계획이 포함돼 있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핵무기 사용은 작계에 없고 한반도 내 핵무기 사용은 우리나라의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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