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과로사 7명…택배기사, 주 71시간 일한다

남경식

ngs@kpinews.kr | 2020-09-10 14:30:17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실태조사 결과 발표
코로나19로 업무량 30%↑…'공짜 노동' 분류 작업 36%↑
월 순수익 234만 원…"노동시간 고려하면 최저임금 밑돌아"

택배기사들이 주 71시간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올해만 택배기사 7명이 과로사했다며 노동 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제화를 촉구했다.

대책위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함께 '택배노동자 과로사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대책마련 토론회'를 10일 오전 열었다.

▲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가운데)이 10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대책마련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진철 국토교통부 물류산업과장, 진경호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한 사무처장, 이조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선임간사,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뉴시스]

전국 택배노동자 821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3~23일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주간 평균 노동시간은 71.3시간으로 집계됐다. 요일별로는 화~금요일 평균 12.7시간, 토요일 10.9시간, 월요일 9.5시간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택배노동자들의 업무량은 더욱 늘어났다. 응답자들은 택배 분류와 배송 작업이 각각 35.8%, 26.8% 증가해 전반적인 업무량이 약 30% 늘었다고 답했다.

택배 분류 작업은 택배사 각 대리점에서 화물차에 실린 물건을 내린 뒤 배송구역별로 나누는 일을 뜻한다. 택배 물량이 많을수록 분류 작업 시간도 길어져 하루 9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대책위는 택배기사들이 본연의 업무도 아닌 분류 작업에 노동시간의 절반 가까이를 할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분류 작업 시간을 줄여야 택배기사의 노동시간이 단축된다고 주장했다.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택배기사들은 배송 개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분류 작업은 공짜 노동"이라고 지적했다.

▲ '택배 없는 날'이었던 8월 14일 서울 시내의 한 택배회사 사업소에 택배상자가 쌓여 있다. [정병혁 기자]

대책위는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택배노동자들의 소득 문제도 언급했다.

설문조사 결과, 택배노동자들은 월평균 458만7000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차량관리비 등 업무에 소요되는 지출을 제외하면 234만6000원이 남는다.

한 사무처장은 "주 70시간 이상 노동, 심야 노동 등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 통과를 국회에 촉구했다. 이 법안은 △택배사업자와 종사자 간의 안정적 계약 유도 △종사자 보호, 안전운행, 서비스 개선을 위한 조치 등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택배사업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이 법은 차량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택배기사 등 노동자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택배물량 점유율 50% 이상인 CJ대한통운의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진경호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CJ는 택배기사들의 물량 축소 요청을 대안으로 제시했는데 배송 단가가 올라야 적은 물량을 감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순수익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배송기사 스스로 물량을 줄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택배업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업무상 사망한 택배노동자 9명 중 7명은 과로에 따른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졌다. CJ대한통운 4명, 쿠팡 1명, 우체국 1명, 로젠택배 1명이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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